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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 시인 / 개미
물살 어른거리는 연못가에 앉아 한 생을 가뿐하게 지고 가는 너를 본다
좀작살나무 밑을 지나 나무벤치로 기어오르더니 햇빛 쏟아지는 길바닥을 쏜살같이 횡단한다
이파리 사이로 햇살이 들고나는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납작 엎드려 빛을 견디며 바람을 견디며 바닥부터 기어오르는 생을 엿본다
세상에 먼저 온 것이 너인지 나인지는 모를 일이다
근원을 알지 못하는 내가 여기서 툴툴대며 어른거리고 있듯이 너도 생의 한 귀퉁이를 붙들고 그저 벌벌 기는 것이리라
물살마다 바람이 잇자국을 남기는 이 가을 흔들리는 것들이 어른거린다 어른거리는 것들이 길을 재촉한다
권순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사과밭에서 그가 온다』
권순 시인 / 적막이 기다리다
새벽에 눈 뜨면 머리맡에 그가 있다 앓고 나서부터는 하룻밤에 몇 번이고 자다 깨어 그를 만난다 밤마다 머리맡을 지키고 앉아 내 몸뚱이를 샅샅이 쏘아 보고 있다 숨소리가 벽시계 초침에 옮겨 앉는다 고요는 이불귀를 붙들고 팽팽하다 새벽빛이 창호지에 스밀 때까지 어둠이 자동차에 밟혀 헐어질 때까지
-권순 시집 <사과밭에서 그가 온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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