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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인 시인 / 부드러운 독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31.

이인 시인 / 부드러운 독

 

 

모난 몸피를 돌려 깎는다.

상처 난 부위를 살살 도려낸다

한입 크기로 저미려는데

손아귀에서 재빠르게 미끄러진다

빈손에 끈적끈적 달라붙는 감촉이 부드럽다

 

쌉쌀한 날씨에 저녁거리로 선택한 토란국

이파리에 이슬 고이면

새침하게 털어내는 토란잎 일대기를 생각하다가

엇갈린 인연 골똘하게 떠올린다

 

확, 달려드는 가려움증

손등을 타고 올라온다

깜박 잊었다

토란 알에는 독성이 있다는 것을

지워지지 않는 독이 고통으로 남는다

 

저 부드러움을 사랑한 적 있다

 

한 사내가 가져다준 독한 사랑으로

생의 열꽃 피워낸 적 있다

 

가끔 불쑥 도지는 부드럽고 달콤했던 사랑

붉은 독성으로 돋아 온몸 가려울 때가 있다

 

-《시인동네》2013년 겨울호

 

 


 

이인 시인

충남 당진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13년 ≪시인동네≫를 통해 등단. 2018년 경기문화재단문예진흥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