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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호 시인 / 사월의 것을 그대로 두어요
절반으로 가를 줄 몰라서 산이라 했지요 그땐 그랬어요
한 모금을 뱉어내고 한 입 가득 머금은 것을 골짜기라 했지요 모를 때의 일이어요
긴 말이 필요 없을 때였어요
충격을 가했던 자리에만 생강나무꽃이 터진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아프다 말하는 사람을 끝까지 잡지 못했어요 당신 몸에서 생강냄새 나는 꽃이 터질까봐요
꽃이 얹히면 다 내 것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처음으로 내가 모르는 말을 할 때도 산을 가를 생각은 꿈에도 없었어요
피를 흘리는 것은 이미 뒤늦은 사태라는 것을 진달래가 피기 전에는 몰랐거든요
역병을 밟고 줄줄이 삭정이 되어버린 가지를 헤치며 세상 비겁한 일이 아플 때 놓는 일인 것을 잎에게도 물어보지 못한 두어 마디 말로 이별인사를 했지요
오늘 갔지만 오래 전에 보낸 사람이라 해두어요
꽃도 놓고 잎만 단 채 하늘을 꺾어버린 가지 때문에 핏물이 고여서 이름이 된 사월이 있었다는 걸 겨우 알게 되었지요
반반 잘 나누려고 구름이 한번 치고 가는 산을 내가 어찌 사월의 것이라 할 수 있겠어요
계간 『시산맥』 2021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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