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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 시인 /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 -백석 시 풍으로
경복궁 지나 금천시장을 건너오면 흰 당나귀를 만날 거예요, 당신은 꽃피지 않는 바깥세상일랑 잠시 접어두고 몽글몽글 피어나는 벚꽃을 바라보아요 뜨거운 국수를 먹는 동안 흰 꽃들은 서둘러 떠나고 밀려드는 눈송이가 창문을 두드려요 펄떡이던 심장이 잔잔해졌다고요? 흰 당나귀를 보내드릴게요 혹한의 겨울을 무사히 지낸 푸릇푸릇했던 당신의 옛이야기를 타박타박 싣고 올 거예요 흰 당나귀가 길을 잃었다고요? 바람의 말과 수성동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오세요 불빛에 흔들리는 마가리가 보일 겁니다 우리 잠시, 흰 당나귀가 아주까리기름 쪼는 소리로 느릿느릿 읽어주는 시를 들어보자고요
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박미산 시인 / 너와집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 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 지난 계절보다 쇄골 뼈가 툭 불거졌네요 어느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 칠만 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 내렸지요, 당신은 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고 푸른 송진 냄새 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 눅눅한 시간이 마루에 쌓여 있어요 웃자란 바람이, 안개가, 구름이 허물어진 담장과 내 몸을 골라 밟네요 하얀 달이 자라는 언덕에서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을 거에요, 나는 화티에 불씨를 다시 묻어놓고 단단하게 잠근 쇠빗장부터 열 겁니다 나와 누워 자던 솔향기 가득한 한 시절, 당신 그립지 않은가요?
박미산 시인 / 시인
인천 창영국민학교 앞 손을 꼭 잡은 남매 여자아이는 교문 안으로 들어가고 오빠는 구두통을 메고 세상 안으로 돌아간다 흙먼지 뒤집어쓴 구두를 지전으로 바꾸면서 세상을 닦아냈다, 오빠는 까맣게 터진 왼손으로 내 오른손을 뜨겁게 잡고 말을 잇지 못해 시인이 되었다, 나는 오늘도 오빠의 잃어버린 말을 찾아 세상 안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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