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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 /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 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창비, 1993)
도종환 시인 / 연두
초록은 연두가 얼마나 예쁠까? 모든 새끼들이 예쁜 크기와 보드라운 솜틀과 동그란 머리와 반짝이는 눈 쉼 없이 재잘대는 부리를 지니고 있듯 갓 태어난 연두들도 그런 것을 지니고 있다. 연두는 초록의 어린 새끼 어린 새끼들이 부리를 하늘로 향한 채 일제히 재잘거리는 소란스러움으로 출렁이는 숲을 초록은 눈 떼지 못하고 내려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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