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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마해성 시인 / 연날리기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6.

마해성 시인 / 연날리기

 

 

 아이 연줄에

 하늘을 실으면서 알았다

 바람 없이 날 수 없다는 걸

 무거우면 띄울 수 없다는 걸

 위로 위로 향할 때만

 살아 날 수 있다는 걸

 

 얼레를 돌리면서 알았다

 연줄을 서서히 당겨 줄 때

 바람이 가볍게 받쳐 줄 때

 하늘 높이 오를 수 있다는 걸

 

 연줄을 당기면서 알았다

 원하는 데로 날려 보내려면

 팽팽한 손목의 질긴 줄을

 천천히 풀어야 한다는 걸

 

 


 

 

마해성 시인 / 마지막 술잔

 

 

그놈 엄청 고생만 하다 갔다

김가가 내뱉는다

아니어 한땐 잘 나갔어 강남에서

이가가 받는다

그러면 뭘 해 육십도 안됐는데

박가가 중얼거린다

그리고

침묵

자 술이나 푸자

잘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더라

정가가 소주잔을 든다

먹먹한 가슴에

켜켜이 쌓이는

다정한 목탁소리

검은 테 안에서

붉으스레 익어가던 얼굴

갑자기 술잔을 건넨다

하얀 너털웃음을 뿌리며

 

 


 

 

마해성 시인 / 어머니께 올리는 기도

 

 

어머니

비단결 실바람에

라일락 향기

그윽한 오월입니다.

 

폭풍우 휘돌아

온 산하 출렁대도

우아한 자태와

눈부신 침묵으로

신록의 계절

열어주는 당신께

 

기나긴 밤

저려오는 아픔들

동트는 새벽 빛살에 모아

은백색 꽃불을 밝힙니다.

 

어머니, 당신은

겹겹이 스며든 어둠 뒤로

욕망의 물살 드높을 때

바다 보다 넉넉한 사랑으로

암흑을 밀어내며

비틀대는 삶을

붙잡아 줍니다.

 

어머니, 당신은

베들레헴의 겸손으로

가나안의 온유로

 

 


 

마해성 시인

전남 목포 출신. 명지대대학원 문예창작과 석과과정. 1990년 계간 문학과 의식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후 15년만에 발간한 두 번째 시집으로 <바다, 그리움의 끝>을 펴냄. 2009년 수협중앙회에서 퇴직. 현재 한국문인협회 영등포지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