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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포 시인 / 미라는 어쩔 수 없이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이 있다 몸을 묶어 관에 가두어야 할 일이 생겼다 알고 있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 혓바늘이 돋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 지워지지 않는 현장이 있다
하나둘씩 의심이 벗겨져 감긴 붕대가 풀렸을 때 어쩔 수 없이 입을 닫고 눈을 감고 관을 닫아야 할 일이 있다 절대 관을 열어서 안 되는 것들이 파란 기와에도 유리문 밖에서도 모른 척해야 지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미라의 시체는 썩지 않게 보존되지만 나는 썩어야 살 수 있다
관 뚜껑에 그려진 얼굴이 박제라고 생각하자 어쩔 수 없이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관을 덮고 사실을 덮고 거짓을 재울 수밖에
피라미드의 저주가 곰팡이 때문이라고 해도 관 속에 현재의 사실을 넣어 미라로 보존해야 할 일이 있다
김송포 시인 / 생각(生角)을 만지다
사슴과 사슴이 밤을 만진다 사슴을 잃어버린 사심이 생각을 나누는 사슴의 다리를 만져본다 사슴은 공원에 떨어진 별똥별을 받기에 찬란한 뿔을 지녔지만 사심의 입이 다가올 때마다 사슴은 입을 오므린다
사슴에게 상대니 중대니 하대니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심은 입술을 훔치고 오름을 만지고 천지를 갖고 싶은 것 사슴끼리 뿔로 키를 잰다는 것은 당신에게 다가가 고백할 것인가 아니면 사실을 지울 것인가의 문제다
사심은 자라나는 뿔처럼 강렬하게 치솟아 올라 사슴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밤하늘 밑에 사심이 있어 사슴을 문장으로 쓰라고 하지만 생각이 만발해서 사실을 쓰기 어려워
열릴듯하면서 열리지 않는 벤치에 사실처럼 앉아 사슴이 사슴을 닮아 애타게 귀를 찾으며 풀밭을 헤매는 사슴 두 마리가 텅 빈 배를 다독이다
"좋아해"라고 사실을 물어보는 것은 오래된 팝을 듣는 것과 같은 아득한 질문이다
시집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상상인. 202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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