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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진수 시인 / 화엄경을 듣다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6.

김진수 시인 / 화엄경을 듣다

 

 

좋다! 좋다!

대방광불화엄경은 한마디 감탄사였다.

 

지리산 화엄사 주차장

관광버스 한 대가 왁자한 풍경을 쏟아내고 있다

울긋불긋한 얼굴들 벌써 거나하니 단풍들었다.

 

“이리 좀 와 보이다.”

“우리도 사진 한 장 박아봅시다.”

 

구깃한 양복에 흙구두 차림으로

새벽부터 소여물 챙겨주고 배추밭 돌아 나왔을

흥농종묘 짙푸른 홍보모자까지, 잔뜩 멋을 낸

멈칫거리는 손목을 기어이 잡아끄는 저 아짐

립스틱 주름 깊은 입술이 자꾸만 붉어진다.

 

"고운 단풍처럼 이쁘게 좀 박아 주이다."

"다 늙어가지고 무신......“

"먼 소리다요? 천만년 세월에도 시방이 가장 청춘이란디,“

 

구부정한 어깨 다정히 기대고 살핏 스쳐간 미소

찰라, 가을산도 온통 화엄경이다.

 

 


 

 

김진수 시인 / 범종소리

 

 

 울음 멈춘다

 안으로 응축되었던

 소(牛)의 울음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일순,

 입 다물었던 소리란 소리들,

 수행하다 그 자리에 멈추어 섰던

 달마산 바위미륵들,

 순례 온 낙엽 서넛,

 탑을 돌며 합장한 말씀 듣는다

 흐르고 굽이치는,

 내내 귓속에서 맴도는

 '남 해코지 말고 살어, 선한 끝은 있는 거여'

 가끔은

 발가락 사이 티눈 같았던

 끝 모를 소리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시던

 어머니, 너무 멀리 왔습니다

 

 더는 멀어지지 말라고 한 번 더 이르는

 종소리 멎는다

 

201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김진수 시인 / 물버들

 

 

지금 난 샛강 언덕 홀로 선 물버들

가지가지 바람 앞에 시시로 흔들리고

여름날의 범람과 얼어붙은 겨울 강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로 건너왔네

 

너의 맘도 나 같을까 바라보는 물그림자

바람에 흔들리고 강물 따라 일렁여도

아무래도 모르겠네 도대체 알 수 없네

내 안에 있는 마음 너였는지 나였는지

 

 


 

김진수 시인

1959년 전남 여수출생, 전남대학교.대학원졸업 문화산업학 전공, 2007 불교문예 시 등단, 2011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1 현대시학 시조 등단, 현, [여수작가] 발행인 및 여수민예총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