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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시인 / 화엄경을 듣다
좋다! 좋다! 대방광불화엄경은 한마디 감탄사였다.
지리산 화엄사 주차장 관광버스 한 대가 왁자한 풍경을 쏟아내고 있다 울긋불긋한 얼굴들 벌써 거나하니 단풍들었다.
“이리 좀 와 보이다.” “우리도 사진 한 장 박아봅시다.”
구깃한 양복에 흙구두 차림으로 새벽부터 소여물 챙겨주고 배추밭 돌아 나왔을 흥농종묘 짙푸른 홍보모자까지, 잔뜩 멋을 낸 멈칫거리는 손목을 기어이 잡아끄는 저 아짐 립스틱 주름 깊은 입술이 자꾸만 붉어진다.
"고운 단풍처럼 이쁘게 좀 박아 주이다." "다 늙어가지고 무신......“ "먼 소리다요? 천만년 세월에도 시방이 가장 청춘이란디,“
구부정한 어깨 다정히 기대고 살핏 스쳐간 미소 찰라, 가을산도 온통 화엄경이다.
김진수 시인 / 범종소리
울음 멈춘다 안으로 응축되었던 소(牛)의 울음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일순, 입 다물었던 소리란 소리들, 수행하다 그 자리에 멈추어 섰던 달마산 바위미륵들, 순례 온 낙엽 서넛, 탑을 돌며 합장한 말씀 듣는다 흐르고 굽이치는, 내내 귓속에서 맴도는 '남 해코지 말고 살어, 선한 끝은 있는 거여' 가끔은 발가락 사이 티눈 같았던 끝 모를 소리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시던 어머니, 너무 멀리 왔습니다
더는 멀어지지 말라고 한 번 더 이르는 종소리 멎는다
201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김진수 시인 / 물버들
지금 난 샛강 언덕 홀로 선 물버들 가지가지 바람 앞에 시시로 흔들리고 여름날의 범람과 얼어붙은 겨울 강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로 건너왔네
너의 맘도 나 같을까 바라보는 물그림자 바람에 흔들리고 강물 따라 일렁여도 아무래도 모르겠네 도대체 알 수 없네 내 안에 있는 마음 너였는지 나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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