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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야 시인 / 그래서 늦는 것들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혹은 한자리에서 잊히기나 하는지요 날리는 저 꽃잎들 다 겨울의 유서인데요
그런 어떤 소멸만이 꽃을 피우나 봐요 사랑을 완성하는 것 물그림자에 비친 언제나 한발 늦고 마는 깨진 마음이듯이
철들고 물드는 건 아파 아름다워요 울음에서 울음으로 서로 젖는 매미들 제 몸을 벗은 날개로 영원 속으로 날아가요
폐허가 축조하는 눈부신 빛의 궁전 눈물에서 열매로 그늘에서 무늬로 계절이 깊어갈수록 훨훨 가벼워지네요
류미야 시인 / 맹목
세상 가장 앞뒤 없이 아름다운 말 있다면 눈앞 캄캄해지는 바로 이 말 아닐까 해와 달 눈부심 앞에 그만 눈이 멀 듯이
큰 기쁨 깊은 사랑 크나큰 마음으로 아무것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눈멀어, 아주 한 마디로 끝내주는 이 말
류미야 시인 / 데스마스크
입술을 가렸는데 어제가 사라졌다
모르게 새 나오는 비명을 틀어막듯 소리를 누르느라 창백해진 흰 손바닥, 한 벌의 마스크는 미리 입어본 수의다 죄 없는 침묵으로 들끓는 지난날들을 제 손으로 염할 동안 육탈한 말의 뼈는 고요 속으로 든다 생의 맨몸 민낯을 처음으로 만지며 거울 속의 다른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간,
죽음을 살아보면서 비로소 살아 있는
류미야 시인 / 레트로액티브(Retroactive)
비극의 입구에선 차가 늘 고장 난다 파국을 막으려고 뛰어들어 보지만 현재는 과거의 오작동, 현실은 낮의 악몽
우리에게 그런 날 다시 올는지 몰라
지겨워, 꽃빛 지겨워,
초록을 낭비하며
물 쓰듯 뻐꾸기 울음 흘려보낼
그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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