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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락 시인 / 헌사(獻詞)
대중가수 최백호 씨
누군가 보내준 유튜브에 최백호가 ‘봄날은 간다’를 부른다 내가 이제껏 지상에서 본 것 중 최고의 절창이다 황홀하다 폐부를 찌르고 애간장이 녹는다는 표현의 의미를 실감한다
나는 그렇게 인생의 깊이가 어린 얼굴을 여태껏 본 적이 없다 몇 십 번을 되돌려 노래를 감상하다가 뒤늦게 그의 왼쪽 가슴에 꽂힌 노란 세월호 표식을 보고 나는 벼락에 맞은 것처럼 심장이 멎었다
지상 최고의 헌사였다
(2018. 10. 24.)
김용락 시인 /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6
가만히 생각해보니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반달]의 윤석중 옹이 여든의 노구를 이끌고 새싹문학상을 주시겠다고 안동 조탑리 권정생 선생 댁을 방문했다 수녀님 몇 분과 함께, 두 평 좁은 방 안에서 상패와 상금을 권 선생께 전달하셨다 상패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권 선생님 왈
"아이고 선생님요, 뭐 하려고 이 먼 데까지 오셨니껴?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한 게 뭐 있다고 이런 상을 만들어 어른들끼리 주고 받니껴?
내사 이 상 안 받을라니더......"
윤석중 선생과 수녀님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서울로 되돌아갔다
다음날 이른 오전 안동시 일직면 우체국 소인이 찍힌 소포로 상패와 상금을 원래 주인에게 부쳤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봉화서 농사짓는 정호경 신부님 "영감쟁이, 성질도 빌나다 상패는 돌려주더라도 상금은 우리끼리 나눠 쓰면 될 텐데......"
김용락 시인 / 논과 밭
아파트가 좁아 소장한 책 일부를 시골집 아래채에 갖다 놓으려 했다 한때 내 꿈은 어마어마한 장서가가 되는 것이었다 자다가 책에 깔려 죽어도 좋을 만큼 책상머리에 많은 책을 쌓아두고 싶었다 대학 때는 라면을 굶어가면서 하루 빨리 책 1만 권을 사 모으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이 지긋지긋한 책 욕심이 공부나 세상에 대한 진지한 탐구심이나 열정이 아니라 사실은 내 무의식 깊은 곳에 있던 어떤 열등감의 표출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책 구매에 순순히 동의하던 집사람도 언제쯤부터는 보지도 않을 책 제발 좀 그만 사 모으라고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삿짐 트럭을 불러 포장이사를 시작했다 각이 잘 짜인 매끄러운 종이박스에다가 도서분류 번호와는 상관없이 우선 낡고 오래된 책부터 채워 작은 트럭에 잔득 싣고 시골집에 도착했다 큰 신작로 가에 포장 박스를 내려놓고 바퀴에 바람이 빠진 리어카로 몇 번 꺾어진 골목 안 쪽 옛 우거에 책을 실어 나르느라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 구경 나온 동네 어르신 한 분이 멀찍이 서서 이 장면을 구경하던 우리 어머니에게 물었다 "영자야(맏누님 아명이다), 저게 다 뭐꼬?" 어머니의 천연스런 대답 " 우리 집 논밭이다." 어머니 친구 분 “? ?…” 정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서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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