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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 / 고해성사
고해에 노를 저어 가는 저는 아직도 사람입니다 모든 고뇌하는 넋은 고뇌의 깊이로 말미암아 아름다울 것입니다 사람 사이에서 한번쯤 사람답게 살라고 낳아주셨으나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더럽혀지고 자주 참담해지고
이 밤에 날벌레들이 형광불빛을 향해 머리 박고 달려듭니다 제가 살아온 날수만큼 많은 미물이 저로 인해 죽을 것입니다 제가 살아온 달수만큼 많은 사람이 저로 인해 괴로웠을 것입니다 죄 얼마나 더 지어야 단 한 번인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완전한 어둠 속에 꿇어앉아 몇 시간째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홀로 기도하는 밤에야 제 자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사람 같은 사람이 사람의 얼굴을 한 자식이 되고 싶습니다…… 어머니……
이승하 시인 / 바다직박구리는 지금 어디를 날고 있을까
도대체 며칠째 내리는 비인가 멸종하는 생의 종種이 늘고 있다지만 너희들은 지금 살아서 이 장대비를 어디서 피하고 있는지…… 지겹다 이 장맛비를 보며 오늘도 나는 저작詛嚼한다 조류독감이 돌아도 죽지 않은 닭의 다리를 날개를
이 세상에 무너지지 않는 것은 없는가 범람하는 강 시가지가 또 하나 물에 잠기고 드넓은 저 들판 수확기의 과수들, 비닐하우스들, 밭뙈기들 흙탕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수천 마리의 닭과 오리 가금家禽이 몽땅 가출해버리면 집의 금고는 텅텅 비겠지
계절이 바뀔 때면 겨울을 나러 흑산도에서 대만으로 이동하는 바다직박구리들아* 너희들이 쉴 곳은 이 반도의 남쪽에 없다 물이 가다 멈추면 물고기가 불고기 되는데 가둔 물마저도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다 발라버렸다
하늘이 아닌 하늘은 아직도 천둥을 치고 땅이 아닌 땅은 온통 물의 절벽 물의 철벽 숲이 아닌 숲에서 독감을 앓고 있는 우기의 바다직박구리들아 꽥꽥 울기라도 하렴 올리브 잎사귀를 물고 올 필요는 없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면 졸졸 흐르던 시냇물도 우당탕탕 계곡물처럼 흐르는데 녹조인가 적조인가 이게 강인가 뻘밭인가 인간세상 뭐가 어떻게 돌아가든지 간에 바다직박구리 이 빗속에 힘차게 대만까지 날아가고 있다
* 철새연구센터에서는 바다직박구리에 고유번호를 기록한 연구용 가락지를 발목에 부착해 흑산도에서 날려 보냈다. 이후 33일 만에 흑산도에서 1,100km 떨어진 대만에서 바다직박구리가 발견되었다(<경향신문>, 2014. 10. 30).
―『나무 앞에서의 기도』(Km)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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