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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라 시인 / 너의 눈에 어리는 봄볕과 눈물을 기후라고 불렀다
공연이 끝나자 너는 절반 쯤 광택이 날아간 기타를 둘러멨다
굿 이브닝, 피에 중독된 노을이랄까 서늘한 괴담에 중독된 저녁이야 희부윰한 기운이 뭉쳐있는 하늘에 창백한 별이 돋아나고 있어 작별 키스를 위해 기타 케이스를 내려놓을 것까진 없어 이번 겨울엔 이 커다란 도시의 영혼 중 누구도 감기에 걸리지 않을 거야 안심해 사람들이 죽어나갈 테지 안심해 예쁘게 치장하고 누워 어떻게 죽을 건지 골몰하게 될 거야 그게 너일 수도 그게 나일 수도 그런 생각 끝엔 나쁜 천사들에게 한 모금의 독주까지 뺏기게 될 거야 떠난 마음들을 부검해야 하는
천사들에게도 취해야 할 이유가 있겠지
오늘 저녁을 위해 양초를 만들었어 대접에 파라핀을 부어 굳히고 심지에 불을 붙이면 눈동자보다 눈동자의 흔들림이 빚어내는 그림자가 커서
너는 울지 마 기타 줄은 갈아야 하겠더군 하나가 끊어졌지만 통째로 교체하는 게 좋겠더군 손가락 사이에서 망가지는 기타 피크는 던져 버리고 편지는 보내지 말고
후회라는 말 따위로 내 절망에 흠집 내지 말아 줘
비는 비의 감정으로 곁을 지나고 나의 멸종은 네가 떠난 뒤에만 이루어질 것이어서 창백한 별이 드리우는 그늘 아래
공연은 끝났고 너는 기타를 둘러멨지 아직 이 도시에는 취소된 공연 포스터들이 날아다니고 네가 연주하던 소극장의 티켓이 찢어지고 우리 추운 심장으로부터 더 추운 심장으로 공기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너의 이름은 숲, 나는 끝내 알 수 없던 네 본명을 지어 불러 보았다 너의 얼굴에 감도는 봄볕과 눈물을 기후라고 불렀다
계간 『시산맥』 2021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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