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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여 시인 / 와인과 입술과 혀의 간격
입술에 섞인 와인이 혀를 감고 있어
붉은 즙이 혀를 적실 때 와인 냄새나는 입술을 기억해, 눈 오는 날의 와인을, 붉은 와인 속으로 흰 눈이 무수히 떨어져 녹아버린 날을
혀는 왜 혀에 감기기를 걸 원하는 것일까
어디 안쪽에서 사랑의 허구를 찾으려 한 것일까
더듬이로 혀 깊이 심장까지 붉은 피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걸 사랑이라 부르고 싶었던 것일까
혀가 말이 되고 모양이 된다는 걸 몰랐어
혀가 색으로 변하는 순간을 보았어 안쪽에 뿌리가 있어 안으로 말리는 모양을, 즙이 흘러들어 혼이 되는 시점은 술에 취해 혀가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때일 거야
혀가 불이 되는 줄 몰랐어
메말라 쩍쩍 갈라지는 사막의 뿌리라는 걸, 뼈가없는 세치 혀, 혀가 입술 뒤에 숨긴 사막의 독사라는 걸, 입속에 이빨로 앙다문 철문이라는 걸
피가 끝없이 솟아났던 우리 입술을 기억하니 뼈가 없는 세 치 혀, 믿을 거 못 되었는데 구강기를 건너뛰었기 때문일까 본능적으로 너의 내면과 통해 있는 먼 신호를 믿었지
와인은 입술에서부터 취해, 붉은만큼 혼미했으나 가슴은 흰 옥양목처럼 찢어져 피가 솟아나는 강물이었어
너는 늘 서쪽에서 왔노라고 거울을 보여 주었지 그때마다 낭떠러지가 보였어
붉은 물이 가슴 안쪽 수면 아래 잠겨 있어 입술을 다물고 그 위에 옷을 입어 기억하니 샤링귀걸이, 머플러, 흰 양말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된 와인과 입술과 혀의 간격
계간 『시산맥』 2021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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