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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 / 떠도는 자의 노래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신경림 시인 /그리고 나는 행복하다
어린 시절 나는 일없이 길거리를 쏘다니기도 하고 강가에 나가 강물 위를 나는 물새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카사블랑카의 뒷골목을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바이칼호의 새 떼들 울음소리를 듣기도 했으니까
다 늙어 꿈이 이루어져 바이칼호에 가서 찬 호수에 손도 담가보고 사하라에 가서 모래 속에 발도 묻어보고 파리의 외진 카페에서 포도주에 취하기도 했다 그때도 나는 행복했다, 밤마다 꿈속에서는 친구네 퀴퀴한 주막집 뒷방에서 몰래 취하거나 아니면 도랑을 쳐 얼개미로 민물새우를 건지면서
창밖엔 눈발이 치고 모래바람 부는 사하라와 고추잠자리 떼 빨간 동구 앞 길을 번갈아 오가면서, 지금 나는 병상에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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