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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시인 / 독도의 뜻
내 이름 독도는 그동안 이루지 못한 독립 어서 성취하라는 뜻 배달겨레 하나 되어 단단히 다부지게 잘 살아가라는 뜻
독도의 뜻은 독립이란 뜻의 독(獨) 한 번도 완전독립 이뤄보지 못했으니 지금이라도 올바른 독립 이루라는 바로 그 뜻
나는 동섬 끝에 독립문바위까지 세우고 오늘도 동해 깊숙이 무릎 담근 채 제대로 된 독립 이루라며 두 손 모으네
이동순 시인 / 섬초롱꽃
독도의 서쪽 섬 맨 꼭대기에서 물골로 내려가는 낭떠러지에 돋아난 꽃
날 저물고 땅거미 짙어 앞길 까맣게 사라지고 보이지 않을 때 문득 나타나는 길잡이 꽃
다소곳 고개 숙인 채 그간 가슴에 쌓인 말 들려줄까 말까 끝내 입 다물고 혼자 걷는 꽃
그늘에 숨어 고개 숙이고 이 오랜 날 너는 대체 누굴 기다렸나 고운 초롱 하나 켜든 이여
캄파눌라 타케시마나 나카이 등록된 학명조차 슬픈 사연 서려 있는 우리나라 독도 섬초롱꽃
이동순 시인 / 고려인 무덤
살아선 세상에 갇혔고 죽어서는 쇠 울타리에 갇혔네 얼굴과 이름 새긴 돌비 하나 누가 세웠으나 더 큰 풀 돋아나 다시 묻혔네
발돋움으로 더듬어야 겨우 찾는 곳 날아와 울어줄 새 한마리 보이지 않는 곳 머나먼 동쪽 끝에서 쫓겨와 평생을 물풀처럼 떠돌다 마감했으니
땅으로 떨어져 서로 간 곳 모르는 낯선 땅 가랑잎이여 망각의 넋이여 내 고향과 부모를 묻지 말라 나는 바람과 구름이 낳은 유랑의 자식
굳이 내 본적 궁금하거든 새벽별에게 귓속말로 물어보라 별도 달도 입 다물고 고개 돌리거든 그 자리에서 눈 감고 가만히 고개 숙이라
곧 쏟아질 눈발이 그대 어깨 위에 나비처럼 사뿐 내려앉아 내 모든 사연 낱낱이 일러주리니 결코 나를 서럽게 여겨 울지 말거라
이동순 시인 / 감자밥
아지랑이 빈 들판에 가물거리면 싱그런 봄내음 가득한 냉이국 상에 오르네 국사발 옆에는 사기 밥그릇 고슬고슬 지어진 좁쌀 밥 속에 이쁘게 박힌 것이 무엇인가
부엌 아궁이 솥단지에 감자 깎아 놓으라는 엄마 목소리 들리네 여름해 일찍 떠오르고 나는 삿자리 깔고 앉아 숟가락으로 박박 감자껍질 벗기네 오랜 세월 감자껍질 벗기느라 반쯤 닳아있는 놋쇠 숟가락
바닷가 아낙네들 쌀도 없이 차려내는 아침 밥상 좁쌀 서너 줌 넣고 감자 섞어 지어내면 보기만 해도 그득해 보였던 고봉 감자밥이여 메주고추장 휘이 둘러 바가지에 척척 비벼내면 마당귀 그늘에 앉아 짧기만 하던 하루 해여
이동순 시인 / 풍장
눈 펄펄 오는 아득한 벌판으로 부모 시신을 말에 묶어서 채찍으로 말 궁둥이 힘껏 때리면 그 말 종일토록 달리다가 저절로 말 등의 주검이 굴러떨어지는 곳 그곳이 바로 무덤이라네 남루한 육신은 주린 독수리들 날아와 거두어가네 지친 말이 들판 헤매다 돌아오면 부모님 살아온 듯 말 목을 껴안고 뺨 비비며 뜨거운 눈물 그제야 펑펑 쏟는다네 눈 펄펄 오는 아득한 벌판을 물끄러미 내다보는 자식들 있네
이동순 시인 / 백 살 노인
이제 석 달만 지나면 백 살이라는 덕곡댁 할머니 경북 청도 화양 신봉리 마을회관에서 다른 할머니들과 화투 한판 신나게 놀더니 바쁘다며 유모차를 밀고 제법 가파른 언덕길인데도 쉬지 않고 올라간다 집 마당에 성큼 들어서자 고추밭으로 가서 잡초를 뽑아 던지고 빨갛게 잘 익은 고추를 따서 마루에 널어놓으신다 그리곤 방에 들어가 앉아 마당을 내다본다 삼시세끼 밥도 잘 챙겨 드시고 아픈 데도 별로 없다는 백 살 노인의 볼이 발그레하다 올해 여든이라는 몸져누운 큰딸이 걱정이라며 얼굴에 구름이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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