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홍승우 시인 / 내가 사는 세상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11.

홍승우 시인 / 내가 사는 세상

 

 

내가 사는 세상

그 곳에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내가 없어도

미루나무는 흔들리고

버짐은 핀다.

 

내가 사는 세상

그 곳에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내가 없어도

길 위에 길이 있고

타는 하늘 돌아누워도

돌아가는 세상

 

 


 

 

홍승우 시인 / 나비야

 

 

나비야, 예쁜 미소 지으며

 

날아 앉자, 피곤한 어깨위로

깨어 있자, 투명한 정신의 세계로

사랑 하자, 뜨거운 가슴으로

숨겨주자, 영혼의 뒤로

 

나비야, 날개짓 하며

 

 


 

 

홍승우 시인 / 그래도 오늘만은

 

 

젖고 젖은 자여, 그대 적신 날개 아래

몸 풀고 있는 산

비 그친 뒤 젖은 자는 구름을 타고 앉아

조촐한 식탁을 마련한다.

길 떠나는 자여,

깨닫지 못한 꽃잎 하나 흔․들․리․면

아직은 깨어 있는 꽃

마른 눈물 데워질 때까지, 산 너머

꽃잎 피는 소리에 녹아드는 그리움

안타까움만 쌓이는데

잴 수 없는 것은 약속 어긴 마음뿐인가.

잠시 즐거워하는 자여,

그래도 오늘만은 꽃잎 지는 소리에

거짓은 진실을 드러내고

발자국은 그림자를 문지른다.

 

 


 

 

홍승우 시인 / 희망사항

 

 

꽃이 되려 한다 풀이 되려 한다

꽃이 아니라도 풀이 아니라도

자유의 날개 퍼득이는 새가 되려 한다

 

나의 이웃이 웃음을 지을 때에도

우리의 이웃이 눈물을 흘릴 때에도

훨훨훨 날으는 새가 되려 한다

 

구름이 되려 한다 비가 되려 한다

바람이 아니라도 바위가 아니라도

자유의 날개 퍼득이는 새가 되려 한다

 

나의 이웃이 웃음을 지을 때에도

우리의 이웃이 눈물을 흘릴 때에도

훨훨훨 날으는 새가 되려 한다

 

바람이 숲에 머무를 때에도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릴 때에도

풀잎은 흔들리고 꽃은 피어나고

새는 창공을 가르며 날아오른다

 

 


 

 

홍승우 시인 / 내 시의 촛불은

 

 

내 시의 촛불은

마지막

5%를 태우지 못해

달아나는구나

 

내 시의 촛불도

한때는

꿈과 사랑과 희망을 가졌는데

사그러지는구나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홍승우 시인(본명 홍성백)

1955년 경북 경주시 안강 출생. 1995년 계간 『동서문학』신인작품상에 시 <새>외 4편 당선으로 등단. 2007년 시집 『식빵 위에 내리는 눈보라』(나남) 간행. 2006년 시 <서신> <희망사항> 시노래로 작곡, 발표. 2009년 시 <내가 사는 세상> 가곡으로 작곡, 발표. 송앤포엠시인회 회원. <낭만시> 동인으로 활동.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대구시인협회 편집국장 역임. 대구시인협회 이사.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작가회의 수석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