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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민 시인 / 화두를 찾아서
숲길 지나 언덕길 지나 숨 가파올 때쯤 극락암 큰스님 친견하러 가던 날 뜨락의 꽃들도 화들짝 깨어나 엿듣고 있었지 -이 소리를 잡으라 아기손 같은 내 손 꼬옥 잡으시고 손바닥 내리치시는데 천둥번개가 쳤다 무엇을 잡을건지 무엇이 버릴건지 무얼 잡아라 하시는지
산그늘이 슬슬 깔리기 시작하면서 개울 저 편 먼발치에서는 누가 돌맹이를 던지고 있다
신정민 시인 / 소쩍새 소리
찔레덤불 산비탈 맨발로 가신 엄마가 들려주는 소리
생전 자식들 배불리 밥 해 주지 못해 저승에서도 못내 생각나 밤이면 찾아와 뒷문 밖에서 '솥 적다, 솥 적다......' 퍼내어도 퍼내어도 목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들려오는 소리
흰 적삼의 배꽃나무 가지 사이로 달님은 휘영청 떠서 아버지처럼 환한 얼굴로 내려다 보는데
'솥 적다, 솥 적다......' 들어도 들어도 배 부르지 않는 저 소쩍새 소리
오늘밤은 엄마가 아버지와 함께 찾아왔나 보다
신정민 시인 / 달을 보며
엄마 얼굴같은 둥근 달이 떠 밤새도록 잠 못 들게 한다
내 몸 휘감는 달빛이불 뜨락에 내리면 귀뚜라미 울음소리 빗물처럼 마당가에 질펀하다
마당가 배나무 가지 사이로 빤히 내려다 보는 달
만져보고 싶은 꼭 엄마 얼굴같다
신정민 시인 / 황사
명사산 모래바람 비단길 따라 길을 연다 가벼워진 몸짓 헤어짐이 아쉬운지 공중을 배회하더니 낙타의 큰 눈망울 눈꺼풀에 앉아 따라간다
해가 된 소년이 피리를 불며 낙타 등 위에서 길을 연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 저 혼자 외로워 가시풀들 돋아나 말 걸어 주는데
모래바람 이제 떠나면 언제 돌아오나? 명사산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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