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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정민 시인 / 화두를 찾아서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12.

신정민 시인 / 화두를 찾아서

 

 

숲길 지나 언덕길 지나

숨 가파올 때쯤

극락암 큰스님 친견하러 가던 날

뜨락의 꽃들도 화들짝 깨어나

엿듣고 있었지

-이 소리를 잡으라

아기손 같은 내 손 꼬옥 잡으시고

손바닥 내리치시는데

천둥번개가 쳤다

무엇을 잡을건지 무엇이 버릴건지

무얼 잡아라 하시는지

 

산그늘이 슬슬 깔리기 시작하면서

개울 저 편 먼발치에서는

누가 돌맹이를 던지고 있다

 

 


 

 

신정민 시인 / 소쩍새 소리

 

 

찔레덤불 산비탈 맨발로 가신

엄마가 들려주는 소리

 

생전 자식들 배불리 밥 해 주지 못해

저승에서도 못내 생각나

밤이면 찾아와 뒷문 밖에서

'솥 적다, 솥 적다......'

퍼내어도 퍼내어도 목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들려오는 소리

 

흰 적삼의 배꽃나무 가지 사이로

달님은 휘영청 떠서

아버지처럼 환한 얼굴로

내려다 보는데

 

'솥 적다, 솥 적다......'

들어도 들어도 배 부르지 않는

저 소쩍새 소리

 

오늘밤은 엄마가 아버지와 함께

찾아왔나 보다

 

 


 

 

신정민 시인 / 달을 보며

 

 

엄마 얼굴같은 둥근 달이 떠

밤새도록 잠 못 들게 한다

 

내 몸 휘감는 달빛이불

뜨락에 내리면

귀뚜라미 울음소리

빗물처럼 마당가에 질펀하다

 

마당가 배나무 가지 사이로

빤히 내려다 보는 달

 

만져보고 싶은

꼭 엄마 얼굴같다

 

 


 

 

신정민 시인 / 황사

 

 

명사산 모래바람 비단길 따라 길을 연다

가벼워진 몸짓

헤어짐이 아쉬운지 공중을 배회하더니

낙타의 큰 눈망울

눈꺼풀에 앉아 따라간다

 

해가 된 소년이 피리를 불며

낙타 등 위에서 길을 연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

저 혼자 외로워 가시풀들 돋아나

말 걸어 주는데

 

모래바람 이제 떠나면 언제 돌아오나?

명사산이 울고 있다

 

 


 

신정민 시인

1954년 대구 달성 출생. 2011년「대구여성문예상」 수상. 2012년 「백산여성문예상」 수상. 2013년 경북일보 「아침시단」으로 작품 활동. 2016년, 『 영남문학』 신인작품상에 시 <풀꽃들처럼> <황사> 등 당선 되어 등단. 연변시총서 『시향만리 』『 하얼빈문학』『 동포문학』 등 작품 발표. 영남문학예술인협회 회원. 한중 북방문학회 회원.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작가회의 회원. 사림시사회 시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