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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시인 / 복숭아밭에서 노는 가족*
밥알에 푸른 그늘이 내려앉을 때 푸른 들이 장미의 팔을 잡아당길 때 햇빛 소리가 댓잎에 출렁출렁 서걱일 때 너의 힘줄이 지층에 부딪쳐 까마득히 쨍그랑거릴 때 까마득한 심연 가 철길에서 모든 추락이 비상(飛翔)일 때 집으로 돌아가는 새의 두 발이 화살처럼 맹렬히 달려갈 때 모든 구석에서 나비들의 일곱 빛 더듬이가 흩날릴 때
고모여/고모여/당고마기고모여
사랑이 종소리와 함께 또는, 또는 연잎 발에 묻은 진흙 사이를 지나갈 때 당신과 당신이 모르는 어깨를 겹쳐 죽음 사이를 지나가며 소리 지르는 아야아,
참, 아름다운 시간
아름다운 시간
* 이중섭의 그림 제목
강은교 시인 / 희명
희명아, 오늘 저녁엔 우리 함께 기도하자 너는 다섯 살 아들을 위해 아들의 감은 눈을 위해 나는 보지 않기 위해 산넘어 멀어져 간 이의 등을 더 이상 바라보지 않기 위해 워어이 워어이 나뭇잎마다 기도문을 써붙이고 희명아 저 노을 앞에서 우리 함께 기도하자 종잇장 같아지는 흰 별들이 떴다 우리의 기도문을 실어갈 바람도 부는구나 세월의 눈썹처럼 서걱서걱 흩날리는 그 마당의 나뭇잎 소리 희명아, 오늘 밤엔 우리 함께 기도하자 나뭇잎마다 기도문을 써붙이자 워어이 워어이 서걱서걱 흩날리는 그 마당의 나뭇잎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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