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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병초 시인 / 시간의 안팎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12.

이병초 시인 / 시간의 안팎

 

 

선유도 옆 바위굴에 들어

빼빼 마른 나무토막들

긁어모은다 형은 숭어가 튀는

너울 건지러 갔는지

이부자리에 깔 석양 베러 갔는지

아무 소식이 없다

 

군용담요로 굴 입구를 막았어도

들이닥치는 파도소리

피가 아래로 쏠리는 파도소리

손갈퀴로 긁어모아서

갈매기가 끼룩끼룩 물어다주는 조개껍데기밥을

양푼에 데워 먹는다

그림붓 한 자루에 평생을 맡긴

형의 개펄은 아직도

썰물이 적어낸 글씨를 파먹을까

제대로 와본 적 없는 내일을 뒤적거릴까

누구나 시간을 어디다

벗어놨는지 모르고

여기가 삶의 어디쯤인도 모른다고

굴 입구를 들이받는 파도소리

수건에 적셔 꼭 짜면

신문지에 말리다 만 꼬막들의 꺼끌꺼끌한 체온이

잠시 환하다

 

밤이 깊어갈수록

죽음과 내통되어 더 맑아진 별들이

벽에 손톱금이나 내는 파도소리 뒤를 캐며 반짝이겠지만,

붓질이 덜 마른 개펄의 안부를 묻듯

슬픈 가분수 같은 국자로

화덕에 재를 퍼낸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6월호 발표

 

 


 

이병초 시인

전주에서 출생. 1998년《시안》으로 등단. 시집으로 『밤비』, 『살구꽃 피고』 ,『까치독사』 등이 있다.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