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초 시인 / 시간의 안팎
선유도 옆 바위굴에 들어 빼빼 마른 나무토막들 긁어모은다 형은 숭어가 튀는 너울 건지러 갔는지 이부자리에 깔 석양 베러 갔는지 아무 소식이 없다
군용담요로 굴 입구를 막았어도 들이닥치는 파도소리 피가 아래로 쏠리는 파도소리 손갈퀴로 긁어모아서 갈매기가 끼룩끼룩 물어다주는 조개껍데기밥을 양푼에 데워 먹는다 그림붓 한 자루에 평생을 맡긴 형의 개펄은 아직도 썰물이 적어낸 글씨를 파먹을까 제대로 와본 적 없는 내일을 뒤적거릴까 누구나 시간을 어디다 벗어놨는지 모르고 여기가 삶의 어디쯤인도 모른다고 굴 입구를 들이받는 파도소리 수건에 적셔 꼭 짜면 신문지에 말리다 만 꼬막들의 꺼끌꺼끌한 체온이 잠시 환하다
밤이 깊어갈수록 죽음과 내통되어 더 맑아진 별들이 벽에 손톱금이나 내는 파도소리 뒤를 캐며 반짝이겠지만, 붓질이 덜 마른 개펄의 안부를 묻듯 슬픈 가분수 같은 국자로 화덕에 재를 퍼낸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6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신덕룡 시인 / 풋잠에 들다 외 2편 (0) | 2021.09.12 |
|---|---|
| 이정애 시인 / 라일락 꽃 피는 우체통 외 4편 (0) | 2021.09.12 |
| 강은교 시인 / 복숭아밭에서 노는 가족* 외 1편 (0) | 2021.09.12 |
| 김왕노 시인 / 너에게 가는 하이에나 (0) | 2021.09.12 |
| 신정민 시인 / 화두를 찾아서 외 3편 (0) | 2021.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