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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대희 시인 / 그리움은 오솔길에 있다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16.

최대희 시인 / 그리움은 오솔길에 있다

 

 

밖으로 나왔다

 

바람결에 묻어나는 송진내가

하루치의 땀방울처럼 아릿하게

몸에 달라붙었다

 

뒤란을 돌아 청옥산과 이어진

오솔길은 생각난 듯 끊어졌다 이어지며

금낭화를 들고 마중나왔다

꽃분홍빛 추억

내게도 밤마다 등을 내 걸던

짙푸른 열정 있었지

지금은 적단풍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포도주빛 붉은 이야기를

독경(讀經)소리로 끝없이 풀어내는

알싸한 밤

문풍지에 그려진 수묵화 한 점

어머니의 등이

하현달처럼 휘어있다

 

 


 

 

최대희 시인 / 감자꽃

 

 

아이를 낳자

어린 새끼들을 위해 스스로

꽃이길 포기한 여자

 

뿌리에 매달린 어린 씨알을 위해

따 주어야 감자가 튼실하게 자란다고

감자꽃을 뚝뚝

분지르는 여자

 

순결하면서도 슬픈 마음이었을까

흰색이라 하기엔

보라색이라 하기도

가슴에 꼭 끌어안은 연보랏빛

엄마의 꿈도 그렇게 잘렸다

 

꽃을 잃고도 말이 없는 감자

땅에 떨어진 꽃을

자식들은 무심히 밟고 지나간다

 

 


 

 

최대희 시인 / 욕망

 

 

그는 지금 소독중이다

그러나 무균 상태로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소독하고 재차 소독을 한다

하지만

진화된 벌레는

자꾸 기어 나온다

 

오!

죽이지 못하는

가―없는

욕망의 바다여.

 

 


 

최대희 시인(본명 최정희)

경기도 평택에서 출생. 경기대 국문과 졸업.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정책학과 석사 수료. 1999년 <문학세계>로 등단. 2004년 시집 『그리움은 오솔길에 있다』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치즈사랑』, 『선물』 『그리움은 오솔길에 있다』등이 있음. 중등 교과서 『한문3』에 ?친구야? 작품 실림. 경기문학인 대상, 농촌문학상 수상. 국제PEN한국본부 평화작가위원, 한국경기시인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