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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구재기 시인 / 금강의 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18.

구재기 시인 / 금강의 별

-서천 출신 여성독립운동가 김인애님께

 

 

넉넉한 흐름에

하늘빛을 모아야

별이 되는 것만이 아니다

지상에 내려

삼천리 곳곳에 맺히고 맺힌

피끓는 함성이 되어 그 함성이

금강물 흐르듯 흐르고 흘러

아, 저기 저 울밑으로 우우우 몰려오는

거센 바람과 함께 천 년 만 년이 지나도록

쉬지 말고 멈추지 말고

치맛폭에 서리고 서리다 보면

마침내 이루어 놓은 빛

찰나 찰나마다

똑바른 마음을 세우고 세워

일체 다른 생각을 낼 수가 없다

항상 깨어나 있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찰나 찰나 오직 행하다 보면

금강의 별이 된다

금강 물결의 빛이 된다

 

 


 

 

구재기 시인 / 태산목꽃 피던 날

 

 

태산목 하얀 꽃을

그리도 덩달아 좋아하더니

무슨 까닭으로 돌아간 것일까요

아침에 불던 맑은 바람처럼

눈부신 햇살 품은 이슬처럼

잘 웃던 웃음조차

함께 사라져버린 오후

텅 빈 뜨락에 서서

태산목꽃 홀로 피고 있으니

차라리 그 향기에나 묻혀야겠네요

장지문으로 다가서는

한낮의 허기진 구름 무리

웃다 울다 지쳐버린 눈물 자죽처럼

메말라 붙어버린 가슴속 아픔을

한 올 한 올 꺼내 보아도 되겠지만

이제는 정말

싸늘히 아름다워지던

뒷모습이나 그려볼 수밖에 없네요

향기 아슴아슴 피워 올리는 태산목

꽃잎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면

젖은 눈조차 감은 채로

저절로 자라나는 슬픔이나

아낄 대로 아껴가며 살아야겠네요

 

 


 

구재기 시인

1950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충남대학 교육대학원 졸업. 1978년 《현대시학》에서 시부문 추천 완료(전봉건 시인 추천)로 등단. 시집으로 『농업시편』, 『바람꽃』, 『아직도 머언 사람아』, 『삼 십리 둑길』, 『둑길行』, 『 빈손으로 부는 바람』, 『들녘에 부는 바람』, 『정말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 속의 날 지우는 일이다』, 『겨울은 옷을 벗지 않는다』, 『콩밭 빈 자리』, 『千房山체 오르다가』, 『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강물』 등이 있고  제 2회 충남문학상, 충청남도 문화상 문학부문, 제6회 시예술상 수상. 제3회 신석초문학상. 현재 충남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