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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옥 시인 / 말을 복제하다
숲을 지나갈 때 운구차에 실린 어매는 말을 쏟아냈니더 입말은 가슴에서 일어나 밖으로 쏟아져도 밖의 소리는 외계가 아니었니더 감나무에 붙은 참매미가 오랜 세월 참았던 속을 한꺼번에 탁 터트리는데 어매 참 감나무 밑에는 말 껍데기가 수북했니더 그늘이 들마루를 덮을 즈음 어매는 청보리 들판을 눈에 넣고 있었니더 보리싹이 치근에 달라붙어 정신 어딘가에 쌓였던 이바구를 생마늘 엮듯 말을 엮어나갔니더 어매 이제 말 좀 그만하그라, 야야 니 인생 뭐 있는 줄 아나 내가 겉보리로 살아왔다 아이가, 구순 어매의 입에는 바람이 다 빠져버렸니더 입으로 나오지 않는 말을 찾겠다며 가슴 속으로 들어가 깊은 곳을 뒤지는 울 어매 그 속에서 딱따구리 한 마리를 건져 올리는데 말이 첫 울음을 시작하는 순간 어매는 운구차에 실려 먼 북쪽으로 달리고 그 좋아하던 핸드폰도 어매 손만 찾았니더 하도 우는 소리가 들려 창문을 봤더니 그곳에 메꽃이 낑겨 있었고 몸이 틀어져도 울 어매 보고 싶다는 말만 자꾸 했니더
권영옥 시인 / 지구본
고원에 이르자 수박이 커가는 것 같이 새가 지구본을 바라본다 둥근 것의 환영이 빛을 뿌려 얻은 또 하나의 행성에서 새가 깊이에 무리수를 두며 부리로 수박을 찍은 후 땅 깊숙이 들어간다 붉은 강과 불의 혀를 만나고 빛을 덮은 돌과 검은 유전 사이에서 굶주린 거인을 만나는 순간 붉은 혀와 검은 그림자가 범람하는 땅속에서 시조새는 둥근 돌 하나를 물고 나온다 지구 속의 또 둥근 돌, 돌 속의 데인 화상 지구에는 상처 난 수박들이 너무 많다 지구본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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