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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시인 / 고인돌 공원
저것들은 큰 웅변이다. 시꺼먼 바윗덩어리들이 그렇게 낮은 산자락 완만한 경사 위에 무겁게 눌러앉아 있다. 그러나 인부들은 느릿느릿 풀밭을 다듬다가 가장 널찍한 바위 그늘로 들어가 점심 먹고 쉰다. 쉬는 것이 아니라 나비 발 아래마다 노오란 민들레 낮별 같은 꽃이 연신 피어나느라, 반짝이느라 바쁘다. 지금 아무것도 죽지 않고 죽음에 대해 허퍼 귀 기울이지도 않으니 머쓱한 어른들처럼 군데군데 입 꾹 다문 바위들 오래 흘러왔겠다. 어느덧 신록 위에 잘 어울린다.
문인수 시인 / 인도소풍, 말라붙은 손
땔감으로 쓰는, 건디기라는 쇠똥덩어리가 있습니다. 쇠똥에 찰흙과 지푸라기 같은 걸 잘 섞은 다음 커다란 쟁반만하게 주물러 널어 말려 쓰는데요, 이 일은 주로 여인네들이 합니다. 그러니 이 쇠똥덩어리 마다엔 어김없이 눈 깊어 안타까운 그늘, 그 무표정한 얼굴의 야윈 손자국이 낭자하게 말라붙어 있지요.
현지의 어느 작은 마을 호텔 앞에서 그날 새벽 할 일 없는 한 사내와 손짓 발짓 상통하며 이 건디기불을 피워 봤는데요, 나는 문득 함께 못 온 아내에게 미안했습니다. 돈 번다고 혼자 고생만 하는 늙은 아내의 월급 봉투에도 물론 이런 손자국 무수히 말라붙어 있는 거라 생각하면서, 매운 연기를 피해 이리 저리 고개 돌리며 자꾸 이 사내와 함께 찔끔거렸습니다.
문인수 시인 / 바다책, 다시 채석강
민박집 바람벽에 기대앉아 잠 오지 않는다. 밤마다 파도 소리가 자꾸 등 떠밀기 때문이다. 무너진 힘으로 이는 파도 소리는 넘겨도 넘겨도 다음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아 너라는 冊,
깜깜한 갈기의 이 무진장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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