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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철 시인 / 상강(霜降)
처음에는 두어 마리 오가는가 싶더니 이틑날에는 서너 마리 단체로 찾아와 입술 붉게 물드는 줄도 모르고 물러진 홍시를 콕, 콕, 콕 야단법석 떨다 돌아가고 외딴집에 손님이라도 들지 않을까 몇 번이고 문밖을 내다보았다
황형철 시인 / 세 개의 손가락
동백도 논냉이도 알라만다도 몰마농도 현호색도 버다웃도 설앵초도 괭이눈도 사라수도 뚜껑별꽃도 애기나리도 프랑지파니도 피는 봄
자리왓에도 금남로에도 마하무니에도 만벵듸에도 전남도청에도 이라와디강에도 다랑쉬에도 대인시장에도 술레에도 삼밧구석에도 녹두서점에도 흐레단에도 다를 것 없이 꽃
언뜻 혼자 핀 것 같지만 땅으로 하늘로 해 달 별 구름과 바람으로 손과 손 마음과 마음으로 꽃은 산을 오르고 바다도 건너고 국경마저 허물어 세상 가장 튼튼한 연대로 닿아서는 외롭지 않고 약하지 않고 굽히지 않고 어둠도 지우고 쇳소리도 삼키며 그곳이 어디든 끝내는 피고야 만다 오고야 만다 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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