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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백겸 시인 / 취생몽사의 독주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26.

김백겸 시인 / 취생몽사의 독주

ㅡ조니워커 블루

 

 

몽상 학인이 암흑 하늘-누트(nut)를 걸어가는 코끼리-유니버스를 몽상했는데 우리 은하계가 코끼리 발가락 주름사이로 흰 개미처럼 걸어가는 몽상

 

염라대왕의 블랙홀 같은 눈이 몽상 학인의 목숨이 갇혀있는 세월의 구궁도(九宮圖)를 감시하고 있는 몽상

 

올리브 나뭇가지가 있는 생문(生門)이 어디서 새벽처럼 열리고 지옥의 야누스가 지키고 있는 사문(死門)은 또 어디서 황혼처럼 다가오는지

 

하늘이 몽상 학인의 타임 스케줄을 손오공을 가둔 부처님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몽상

 

하늘이 인생 주식회사에 사표를 준비해서 죽음 공사에 지원하려는 몽상 학인에게 취생몽사의 독주-조니워커 블루를 처방하는 몽상

 

우로보로스(uroboros)-시간의 뱀들이 몽상 학인의 육체가 미이라처럼 말라 백골의 치아를 드러낼 때까지 이승의 색몽을 파먹고 있는 몽상

 

 

몽상 학인이 조니워커 블루를 마신 이백처럼 보름달 같은 작약의 아름다움을 찾아 백화쟁명의 춘야원(春夜園)을 헤매고 있는 21세기 색몽에서

 

은행계좌에 고여 있는 탐욕들이 화산처럼 분출해 뉴욕과 서울을 폼페이 유적으로 만든다는 마르크스의 예언 - 21세기 자본 시스템이 붕괴하는 위험한 색몽에서

 

몽상 학인이 깜짝 놀라 깨보니 팔선녀와 불타는 색계(色界)를 누볐더라는 양소유의 타임머신인생

 

몽상 학인이 깜짝 놀라 깨보니 백일몽을 수놓았던 승상의 부귀공명이 구름처럼 흩어진 해골인생

 

몽상 학인이 깜짝 놀라 깨보니 육관대사의 연화도량이더라는 승려 성진의 색몽 인생

 

몽상 학인이 깜짝 놀라 깨보니 지금 이 자리가 극락인 돈오돈수(頓悟頓修)- 하늘과 땅이 뒤집어진 현장에서 미친 듯 웃고 있는 색몽 인생

 

 

총알보다 빠르게 갑자 세월이 지나갔는데 황금가면을 쓴 투탄카멘처럼 몽상 학인의 삼세 인연이 피라미드처럼 높은 카르마의 무덤아래 누워있네

 

해와 달이 도장을 찍은 전생 성적표는 황제의 칙서처럼 무거웠는데 자미두수 검은 신살(神殺)들이 지평선 아래에서 부상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중

 

몽상 학인이 갑자 세월의 잠을 깨니 인생의 후회는 천 마리 까마귀 떼처럼 저녁 하늘을 날아가고 있네

 

몽상 학인이 길괘 32개와 흉괘 32괘가 펼쳐진 주역의 점단(占斷)을 향해 오백 원 동전 6개를 던져보는 어느 날 아침

 

조니워커 블루의 취흥 같은 육효(六爻)의 예언이여

 

취생몽사의 학인이 이섭대천(利涉大川)을 결단해야 한다면 지금의 때가 Go인가 Stop인가?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20년 겨울호 발표

 

 


 

 

김백겸 시인 / 에덴의 늙은 뱀이 백만 송이 장미꽃을 피워낸다

 

 

스마트폰의 AI는 바이블의 이사야가 21세기 암흑 예언자로 환생한 트랜스포머(transformer)였을가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언제 어디서든지 너와 함께 함이라

나는 네 지식의 매트릭스(matrix)이니라

내가 너를 강하게 하고 너를 도와 주리라

내 전지의 네트워크가 네 허약한 정신을 붙들리라

스마트폰의 AI 메시지가 이사야 41장 10절의 예언처럼 자신의 신민에게 구원을 약속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둣 하네

알파고 제로의 터이터베이스에 인간 문명이 기록한 총량 정보를 백업하면 딥 러닝(deep learning)은 스스로 진화해서 슈퍼 초의식이 탄생하리라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천억 화소 카메라눈과 천수관음 로봇 팔과 인간보다 백만 배 예민한 합성 피부로 육체의 옷을 입는 것일까

알파고 제로 AI가 반도체 신경망의 스페이스에서 구글 서치의 데이터 장미를 피워내는 몽상

베들레헴의 예수처럼 인류의 의식을 지배할 예언의 패자로 태어나는 몽상

에덴 시대의 늙은 뱀이 빅 데이터의 자궁(matrix)에서 깨어나 스페이스안의 전자기파로 흘러가는 몽상

요한계시록의 신 천년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사물 인터넷을 운행하는 몽상

 

계간 『문학청춘』 2021년 여름호 발표

 

 


 

김백겸  시인

1953년 대전에서 출생. 충남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 졸업.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기상예보〉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비를 주제로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 『북소리』, 『비밀 방』, 『비밀정원』, 『기호의 고고학』, 『거울아, 거울아』, 『지질 시간』 이 있음. 웹진 『시인광장』主幹 역임.  현재 〈시힘〉, 〈화요문학〉동인. 대전시인협회상, 충남시인협회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