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시인 / 우울씨의 일일 2
잡념, 우울씨는 잡념에 대한 잡념에 빠진다 잡념은 진행성을 띤 념에 브레이크를 거는, 념의 휴식, 또는 숨구멍이다 잡념은 념의 탕아인가 사생아인가 그렇지 않다. 잡념은 사회의 념들이 어우러지면서 출산한 적장자이며 사회상의 직관, 혹은 념들의 유연한 대변자이다 잡념은 행동을 수반하지 않는 정신적 유희이며 논리성을 띤 상상력의 극치다 (논리성 문제에서 꿈은 잡념에서 제외될 수 있다) 잡념엔 살만 풍성한 분위기적인 것과 뼈대만 왕성한 스토리적인 것이 있다 후자가 강한 우울씨는 잡념이 념을 지배하면서 우울증이란 병을 얻게 되었다 우울씨는 자신이 갖는 잡념을 기록해봄으로써 잡념에 대한 위의 정의를 대변할 수 있을까 하는 잡념에 깊이 빠져 있다
함민복 시인 / 우울씨의 일일 6
장사를 끝내고 청소를 한다 의자가 탁자 위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한다 아무리 깨끗하게 바닥인 바닥 위의 팝콘과 담배꽁초 머릿속에서도 하루의 일과가 빗질된다 깔깔거리며 한구석으로 쓸려가는 젊은 남녀 우울씨는 더 세차게 빗질을 한다 홀 안을 지저분하게 하던 한줌도 안 되는 쓰레기들. 오, 세상도 쓰레받기 위에 올라앉아 깔깔대는 젊은 남녀 (나는 홍단풍, 푸른 시절 없이 보낸 세월) 쓰레기통에 툭, 털어넣을 때 우울씨의 머리 한쪽도 툭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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