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일 시인 / 낙지를 던지다
산 낙지를 자르면서 심장을 찾는다 낙지의 심장은 어디에 있지
머리통에 들어 있나 발밑에 있나 다리가 되어 다리의 기원을 찾아 기어갔나
구름으로 가다가 구름을 잃어버리고 되돌아오고 있나
볼륨을 높이고 음악을 듣는다 분홍이 건너온다 심장이 없으면 노래가 없을 텐데
낙지를 던지고 분홍색 구멍을 만들었다
심장이 없는 곳으로 노래가 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최호일 시인 / 저 곳 참치
참치를 보면 다른 별에 가서 넘어지고 싶어진다
동그란 깡통 참치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바다를 헤엄쳐 다녔는지 깡통 속에서 살이 통통하게 쪘는지 지느러미와 내장이 없다
참치는 좀 더 외로운 모습으로 진화해 온 듯하다 먼 훗날 비행접시를 타고 바닷가에 내린 어느 외계인처럼 사람들은 내용물을 버리고 깡통을 구워 먹을지 모른다 다 먹고 버린 참치를 차고 노는 아이들
참치를 숭배하는 자세로 비닐봉지에 담아 가지고 오다가 덜커덩 자전거가 어느 돌에 넘어졌다
저 곳으로 넘어지는 참치
저 돌은 어느 별에서 날아 왔을까 돌은 그곳에서 가시를 발라낸 비교적 딱딱한 참치일 수도 있고 저녁 어스름의 근원적인 고독일 수도 있다
아가미가 없는 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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