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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규학 시인 / 가을 산(1)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28.

권규학 시인 / 가을 산(1)

 

 

산이 약국이라면 물은 약사다

산 계곡에서 마시는 물 한 사발

온몸의 독기를 씻어내린다

 

숲이 병원이라면 두 다리는 의사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산을 오르는 발걸음은 늘 가볍다

 

진료와 처방을 함께하는 가을 산

진정,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권규학 시인 / 두 마음 모두 알기에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당신

무엇보다 나를 아껴주는 당신

당신의 그 마음을 알고 있기에

세상살이 나날이 즐겁습니다

 

나를 향한 당신 마음

당신 향한 내 마음

두 마음 모두를 알고 있기에

두 배의 믿음이 묻어납니다

 

나를 위한 삶

너를 위한 삶

서로 위해주는 마음과 마음 사이

사랑이란 예쁜 꽃이 피어납니다.

 

 


 

 

권규학 시인 / 다작(多作)은 시인의 무덤인가

 

 

당신이 음악가라면

열심히 곡을 짓고 노래를 하라

당신이 화가라면

캔버스를 펼쳐 그림을 그려라

당신이 무용가라면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 춤을 추고

당신이 스포츠 선수라면

저마다 제 분야에 전력투구하라

 

법당의 목탁도

제때 치지 않으면 소리를 잃고

북이나 징, 꽹과리도

사용하지 않으면 원음을 낼 수 없고

하늘을 나는 새도

날개를 묶어두면 날 수 있음을 잊으며

말 잘하는 웅변가도

귀를 막고 말문을 닫으면 능변의 기능을 잊고 만다

 

시인이여, 시를 써라, 글을 써라

자연을 노래하고

세상을 때려 소리를 내고

이곳저곳 저곳이곳

세상 구석구석을 낱낱이 파헤쳐라

 

시인이 詩를 쓰지 않고

'다작(多作)은 좋지 않다'는

궁색한 변명하기에 급급하며

세파에 찌들려 우왕좌왕하다 보면

그대 몸도 스스로 시인임을 잊고 말 테니.

 

 


 

권규학 시인

경북 안동 출생.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계간 '태화문학' 수필부문 신인상(1982) <'파랑새의 꿈' 외 1편>. 월간 '한맥문학' 시부문 신인상(2004) <'초가(草家)가 있던 자리' 외 4편>.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맥문학가협회/한맥문학동인회 회원. '늘푸른문학회' 회장. <동인시선 '늘푸른문학 6집'> 외 5권 공저. '석양에 걸린 바다' 공저<'바다 이야기' 외 4편>. '새벽 江을 바라보며' 공저 <'행복재단하기' 외 4편>. 현재 공무원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