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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현종 시인 / 어떤 적막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29.

정현종 시인 / 어떤 적막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들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

적막으로 一家를 이룬다―

그걸 만들 손과 더불어.

 

-시집『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2008)

 

 


 

정현종(鄭玄宗, 1939 ~ ) 시인

1939년 서울시 용산 출생. 연세대학교 철학과, 재학 시절 박두진 교수의 눈에 띄어 1984년 5월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음. 1965년 대학 졸업 후 같은 해 3월과 8월에 각각 <현대문학출생>에서 3회 추천을 완료하고 문단에 등단. 1970∼1973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1975∼1977년에는 <중앙일보> 월간부,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1982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 2005년에 정년 퇴임. 1990년 '제3회 연암문학상' 수상, 1992년 ‘제4회 이산문학상’을 수상. 1995년 '제40회 현대문학상', 1996년'제4회 대산문학상', 2001년 '제1회 미당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