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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송포 시인 / 타투를 누드 꽃이라고 한다면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1.

김송포 시인 / 타투를 누드 꽃이라고 한다면

 

 

타투라는 말은 장난스럽다 티키타카처럼 자유롭다 신이 내린 언어보다 부드럽다 몸에 뱀의 무늬나 용의 머리를 그린 것을 보고 눈을 감은 적 있다 자신을 무장하기 위한 방어였을 것이다 여자의 등에 발목에 귀여운 꽃잎이 보석처럼 찍혀 있다 남자의 등에 아버지 어머니 얼굴 사진을 새겼다 왜 얼굴을 그렸어요 존재 이유는 발톱에도 있고 털에도 있고 날갯죽지에 있다 소개팅에 나갔다가 상대 손가락에 L. O. V. E. 라는 글자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예전엔 손톱에 봉숭아물 들인 적 있어 타투의 목적은 관심 받고 싶은 행위 예술이다 지워야 할 것 새겨야 할 것 잊지 못할 것 시간 앞에 파란 누드 꽃을 새긴 것은 피의 본적일 것이다 몸에 문장을 새기는 것이 문신이기도 한 것처럼 가슴에 당신을 새겨 보존하고 싶은 앙증스러운 전갈자리다 바늘로 찔러도 참아야 할 만큼 위대한 산통이다 단, 금기해야 할 것은 이 세상에 핏빛 살상만 있을 뿐

 

웹진 『시인광장』 2021년 7월호 발표

 

 


 

김송포(金松浦) 시인

전북 전주에서 출생, 201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집게』, 『부탁해요 곡절 씨』,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이 있음. 포항소재문학상, 푸른시학상 수상. 제1회 상상인 시집창작지원금 수혜. 현재 '성남FM방송' 라디오 문학전문프로 <김송포의 시향>을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