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포 시인 / 타투를 누드 꽃이라고 한다면
타투라는 말은 장난스럽다 티키타카처럼 자유롭다 신이 내린 언어보다 부드럽다 몸에 뱀의 무늬나 용의 머리를 그린 것을 보고 눈을 감은 적 있다 자신을 무장하기 위한 방어였을 것이다 여자의 등에 발목에 귀여운 꽃잎이 보석처럼 찍혀 있다 남자의 등에 아버지 어머니 얼굴 사진을 새겼다 왜 얼굴을 그렸어요 존재 이유는 발톱에도 있고 털에도 있고 날갯죽지에 있다 소개팅에 나갔다가 상대 손가락에 L. O. V. E. 라는 글자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예전엔 손톱에 봉숭아물 들인 적 있어 타투의 목적은 관심 받고 싶은 행위 예술이다 지워야 할 것 새겨야 할 것 잊지 못할 것 시간 앞에 파란 누드 꽃을 새긴 것은 피의 본적일 것이다 몸에 문장을 새기는 것이 문신이기도 한 것처럼 가슴에 당신을 새겨 보존하고 싶은 앙증스러운 전갈자리다 바늘로 찔러도 참아야 할 만큼 위대한 산통이다 단, 금기해야 할 것은 이 세상에 핏빛 살상만 있을 뿐
웹진 『시인광장』 2021년 7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탁번 시인 / 사랑 사랑 내 사랑 외 8편 (0) | 2021.10.01 |
---|---|
정끝별 시인 /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외 5편 (0) | 2021.10.01 |
김경미 시인 / 비망록 외 5편 (0) | 2021.10.01 |
황종권 시인 / 잉어 재봉틀 (0) | 2021.10.01 |
신용목 시인 / 민들레 외 2편 (0) | 202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