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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구효경 시인 / 시간이 흐리다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2.

구효경 시인 / 시간이 흐리다

 

 

시간이 느릿하게 보폭 좁은 걸음으로 간다

아무리 입으로 초를 재어도

그 시간은 맞지 않다

마치 생일케이크의 초불기에 실패한 어린애처럼.

초가 꺼져야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돼잖아요

그러나 네 생일은 진작 지났단다

- 그 때 왜 파티를 해주지 않았나요?

- 너무 어두웠잖니

 

시간이 흐리다 시간이 뿌옇다

모두에게 느린 시간,

나에게는 더 느리다.

진작에, 더 느리다.

느리고 느리고 느리고 느렸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7월호 발표

 

 


 

구효경 시인

1987년 전남 화순에서 출생. 전남과학대학 화훼원예과 중퇴. 2014년 제3회 웹진 《시인광장》 新人賞 公募에 〈쇼팽의 푸른 노트와 벙어리 가수의 서가〉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현재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