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 시인 / 일출이라는 눈동자
성한 눈썹만 겨우 데려왔으니 저게 누군가의 눈동자였는지 왜 뭉개진 입이었는지 오래전부터 궁금하더니 바다의 손아귀에서 천리만리 도망쳐온 사내인지 계집인지 여하간 보석을 훔친 발걸음이라 하네 끝 간 데 없이 멀어지는 난파선이야 그렇다 치고 난바다 든바다이거나 그쯤이면 팽개치고 보름 보기로 살아도 좋으련만 애원마저 꿀꺽 삼키고 무정하다는 글자를 휘갈기지 않고도 오늘 아침 눈꺼풀과 손가락은 눈 부릅뜬 일출까지 직선이라고 언구럭 부리는 파도가 곁눈질 하면서 제 눈알 한쪽을 남몰래 뽑아 바친 걸 모르는 개뿔 소리이지 벌겋게 달구어진 해를 안와골절 속에 다시 집어넣어봐야 단맛이든 쓴맛이든 요량하겠지
계간 『상징학연구소』, 202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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