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경 시인 / 시간이 흐리다
시간이 느릿하게 보폭 좁은 걸음으로 간다 아무리 입으로 초를 재어도 그 시간은 맞지 않다 마치 생일케이크의 초불기에 실패한 어린애처럼. 초가 꺼져야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돼잖아요 그러나 네 생일은 진작 지났단다 - 그 때 왜 파티를 해주지 않았나요? - 너무 어두웠잖니
시간이 흐리다 시간이 뿌옇다 모두에게 느린 시간, 나에게는 더 느리다. 진작에, 더 느리다. 느리고 느리고 느리고 느렸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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