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리 시인 / 고양이 장마
세찬 비 내리다 환하게 갰다 다시 후드득 듣는 모다기빗속 고양이 사료에는 잔뜩 곰팡이가 슬었다 산중턱 톱밥공장이 떠난 뒤부터 삶의 주둥이가 온전히 뜯겨나간 고양이들 사료포대를 망연히 바라보는 고양이 등털 위로 왁자하게 몰리는 빗소리다
빗줄기를 열고 딸기우유 두 팩을 내밀며 가만 다가가니 어미 고양이는 흠뻑 젖은 그대로 우유 한 종지를 금세 비운다 어린아이 종주먹만 한 두 마리 새끼 고양이들은 숨었다 빼곰 내다보다 우유를 핥다 다시 숨기를 반복한다
어떤 삶에는 분명 상처받은 작은 짐승들이 상처뭉치 인간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날들이 예비 되어 있는지 코팅이 반나마 벗겨진 물로 된 구슬, 저 밑도 끝도 없는 야바위 같은 영원 속 는개처럼 피어오르는 고양이 장마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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