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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재무 시인 / 제부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3.

이재무 시인 / 제부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시집『위대한 식사』(세계사. 2002)

 

 


 

 

이재무 시인 / 귀

 

 

귀는 주장하지 않는다 귀는 우리 몸의 가장 겸손한 기관 귀는 거절을 모른다 차별이 없다 분별이 없다 눈과 코와 입이 저마다 신체의 욕망과 감정을 경쟁하듯 내색하고 드러낼 때 귀는 몸 외곽 외따로 다소곳하게 서서 바깥의 소리만을 경청하며 운반하느라 여념이 없다 입구가 출구이고 출구가 입구인 눈 코 입과는 달리 입구의 운명만이 허용된 귀 오늘도 어제처럼 고저장단의 소리를 소리 없이 실어 나르고 있다

 

- 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 이재무시인, 천년의시작, 2017년.

 

 


 

이재무 시인

1958년 충남 부여에서 출생. 한남대 국문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석사과정) 수료. 1983년 무크지 《삶의 문학》과 계간 《‘문학과 사회》  등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에는 『섣달 그믐』 외 다수 있음. 산문집으로『생의 변방에서』 그리고 그 밖의 저서로는 『신경림 문학앨범(공저)』, 『대표시 대표 평론(편저)』등이 있음. 2006년 제1회 윤동주상, 2012년 제27회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동국대대학원 · 한신대 · 추계예술대 ·  청주과학대 ·  한남대에서 시창작 강의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