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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나태주 시인 / 사랑에 답하다 외 8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7.

나태주 시인 / 사랑에 답하다

 

 

예쁘지 않는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는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나태주 시인 /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나태주 시인 /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어봐

참 좋아

 

 


 

 

나태주 시인 / 꽃 1

 

 

다시 한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나태주 시인 / 네가 있어

 

 

바람 부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나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된다

 

서로 찡그리며 사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나는 돌아앉아

혼자서도 웃음 짓는 사람이 된다

 

고맙다

기쁘다

힘든 날에도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비록 헤어져

오래 멀리 살지라도

너도 그러기를 바란다

 

 


 

 

나태주 시인 / 맑은 날

 

 

오늘 날이 맑아서

네가 올 줄 알았다

 

어려서 외갓집에 찾아가면

외할머니 오두막집 문 열고

나오시면서 하시던 말씀

 

오늘은 멀리서 찾아온

젊고도 어여쁜 너에게

되풀이 그 말을 들려준다

 

오늘 날이 맑아서

네가 올 줄 알았다

 

 


 

 

나태주 시인 / 행운

 

 

혼자 있을때

생각나는 이름 하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이름이 생각날 때

전화 걸 수 있다는 건

더욱  기쁜 일이다

 

전화 걸었을 때

반갑게 전화 받아주는

바로 그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살면서 날마다 나의 행운

기쁨의 원천이다

 

 


 

 

나태주 시인 / 개양귀비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

 

그렇게 하루나 이틀

가슴에 핏물이 고여

 

흔들리는 마음 자주

사람들한테도 들킨다.

 

 


 

 

나태주 시인 / 어머니

 

 

비가오는 날 오후

친구들 모두 우산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나만 우산이 없어

집으로 가지 못한다

가방을 들고 학교 추녀밑에

혼자 서서 비를 맞으며

빗소리를 듣고 있다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방울 소리

더욱 크게 들린다

어머니가 생각난다

이럴때 어머니가 오시면 얼마나 좋을까

교문 밖에 누군가 오고 있다

아, 우리 어머니다

우산을 들고 있는 어머니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를 비롯,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풀잎 속 작은 길』, 『슬픔에 손목 잡혀』, 『산촌 엽서』, 『쪼끔은 보랏빛으로 물들 때』 등과 산문집 『외할머니랑 소쩍새랑』, 『시골사람 시골선생님』, 동화집 『외톨이』 등이 있음.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화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