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시인 / 사랑의 입양
사랑하는 늙은 엄마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오라는 엄마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못 찾겠어 사랑을 입양해 왔어요
그날부터 우리는 어린 토끼를 뒷마당에서 키웠죠. 키울 줄도 모르고
나는 생활에 분주하고 어린 토끼는 손이 많이 가고 한가한 엄마는 나 대신 토끼를 돌보고 엄마는 이제 돌보는 일에 신물이 난다, 푸념을 하고
어느 날 엄마는 내게 말했죠. 토끼가 사라졌다고
난 사랑을 전부 잃어버린 사람처럼 울고 울면서 토끼를 찾아 온 마을을 헤매고 엄마를 원망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엄마는 덤덤한 얼굴로 손발을 깨끗이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죠
토끼가 사라진 것을 잊게 하려고 엄마는 이른 잠을 잔걸까
늙은 엄마를 묻고 집에 돌아온 날
엄마의 손때가 묻은 짐을 정리하려고 엄마의 옷장을 열었는데
사라진 토끼가 그곳에 있었죠
깨끗한 물그릇에는 엄마의 신물과 손때들 그것을 먹고 자란 토끼가 나를 바라보고
나는 그곳으로 몸을 낮춰 들어갔고 성토로 자란 토끼의 털을 한참이나 쓸어주다가
혼자서 나왔죠, 엄마의 옷장에서
사랑으로 가득 찬 가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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