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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향옥 시인 / 이명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14.

조향옥 시인 / 이명

 

 

내 귓속에서 꽹과리 치고 노시는

하느님

 

나는 종일 서서 일하였고

이제 좀 쉬고 싶습니다

 

잠시 귀 밖으로 나가

노시다가

나중에 다시 들어오시면 안 될까요?

 

 


 

 

조향옥 시인 / 와불

 

 

참말로

주책인 양반

 

참말로 남세스러운 양반

 

대낮에도 샛각시만 끼고 누워

천년을 끼고 누워

 

건너 밭 콩타작은

언제 다 할랑가요

 

 


 

 

조향옥 시인 / 오후의 그루밍

 

 

호탄동 한 뼘의 내 꽃밭

고양이 오롯이 똥을 눈다

고약한 냄새 뒷발로 퍽퍽 흙을 파서

나를 노려본다

 

흙덩이 하나 던져본다

 

금송화 촉 오르는 것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내 즐거움을

흙덩이 하나 던져본다

 

한두 발 옮긴 고양이

편안히 앉아

앞발로 침을 발라 얼굴을 닦고

뒷발로 몲을 핥고 닦는다

 

곧, 누굴 만나러 갈 모양이다

 

 


 

조향옥 시인

1956년 진주 출생, 경남 진주에서 출생. 2011년《시와 경계》로 등단. 시집으로 『훔친달』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