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옥 시인 / 이명
내 귓속에서 꽹과리 치고 노시는 하느님
나는 종일 서서 일하였고 이제 좀 쉬고 싶습니다
잠시 귀 밖으로 나가 노시다가 나중에 다시 들어오시면 안 될까요?
조향옥 시인 / 와불
참말로 주책인 양반
참말로 남세스러운 양반
대낮에도 샛각시만 끼고 누워 천년을 끼고 누워
건너 밭 콩타작은 언제 다 할랑가요
조향옥 시인 / 오후의 그루밍
호탄동 한 뼘의 내 꽃밭 고양이 오롯이 똥을 눈다 고약한 냄새 뒷발로 퍽퍽 흙을 파서 나를 노려본다
흙덩이 하나 던져본다
금송화 촉 오르는 것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내 즐거움을 흙덩이 하나 던져본다
한두 발 옮긴 고양이 편안히 앉아 앞발로 침을 발라 얼굴을 닦고 뒷발로 몲을 핥고 닦는다
곧, 누굴 만나러 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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