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문순 시인 / 속눈썹이 긴
속눈썹이 긴 것들은 순하다고 생각했지 일테면 '똥개'라는 백구 한 마리를 방안에 무턱대고 들였다가 호되게 경을 친 후
목줄이 아주 짧은 아버지의 마당에서 '도꾸'라는 이름을 달고 순둥순둥 살게 했지 도꾸는 도꾸도꾸도꾸도꾸 아홉 마리가 되었지
무더운 여름 한낮 그 목줄에 매달려 아버지의 몸 어딘가서 여름으로 배출되도 눈썹만 끔벅거리던 백구라는 그놈을
표문순 시인 / DMZ
잘려나간 발목을 온몸으로 끌어당겨 박차다 곤두박는 독수리의 비행을 묵묵히 겨누고 있는 철책선 밑 겨울 눈밭
ㅡ 『시조문학』(202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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