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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표문순 시인 / 속눈썹이 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16.

표문순 시인 / 속눈썹이 긴

 

 

속눈썹이 긴 것들은 순하다고 생각했지

일테면 '똥개'라는 백구 한 마리를

방안에 무턱대고 들였다가 호되게 경을 친 후

 

목줄이 아주 짧은 아버지의 마당에서

'도꾸'라는 이름을 달고 순둥순둥 살게 했지

도꾸는 도꾸도꾸도꾸도꾸 아홉 마리가 되었지

 

무더운 여름 한낮 그 목줄에 매달려

아버지의 몸 어딘가서 여름으로 배출되도

눈썹만 끔벅거리던 백구라는 그놈을

 

 


 

 

표문순 시인 / DMZ

 

 

잘려나간 발목을 온몸으로 끌어당겨

박차다 곤두박는 독수리의 비행을

묵묵히 겨누고 있는 철책선 밑 겨울 눈밭

 

ㅡ 『시조문학』(2021, 여름호)

 

 


 

표문순 시인

2014년 《시조시학》으로 등단. 한양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 『미안한 연애』.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우수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 시조집 『공복의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