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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목필균 시인 / 장미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22.

목필균 시인 / 장미

 

 

이제 그만 돌아서 달라는 말

들은 채 않고

소리 없는 소문 줄줄이 뿌려놓는

진한 향기

타고 넘을 수 없는 높은 담장까지

끝없이 붉은 꽃 피워 올리며

햇살 한 줌씩 토해내더니

가시로 찔러서라도

함께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외면하면 할수록 다가오는 너는

채워지지 않아 늘 허전한 외로움으로

시절 다한 꽃잎도 떨구지 못한 채

유월 젖은 바람 따라 서성거리고 있다

 

 


 

 

목필균 시인 / 2월

 

 

바람이 분다

나직하게 들리는

휘파람 소리

굳어진 관절을 일으킨다

 

얼음새꽃

매화

산수유

눈 비비는 소리

 

톡톡

혈관을 뚫는

뿌리의 안간힘이

내게로 온다

 

실핏줄로 옮겨온

봄기운으로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햇살이 분주하다

 

 


 

 

목필균 시인 / 4월이 떠나고 나면

 

 

꽃들아, 4월의 아름다운 꽃들아.

지거라, 한 잎 남김없이 다 지거라,

가슴에 만발했던 시름들

너와 함께 다 떠나버리게

 

지다보면

다시 피어날 날이 가까이 오고

피다보면 질 날이 더 가까워지는 것

새순 돋아 무성해질 푸르름

네가 간다 한들 설움뿐이겠느냐

 

4월이 그렇게 떠나고 나면

눈부신 5월이 아카시아 향기로

다가오고

 

바람에 스러진 네 모습

이른 아침, 맑은 이슬로 피어날 것을

 

 


 

목필균(睦弼均) 시인

1954년 생. 춘천교육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초등학교 교사.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어린이들>이 당선, 문단 데뷔. 1995년 '문학 21' 신인상 수상. 1975년 중편소설 <훈장>으로 [세대]지의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거울보기>, <꽃의 결별>, <내가 꽃이라 하네>, <엄마와 어머니 사이>.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 <들개>, <칼>,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풀꽃 술잔 나비> 등. 산문집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등. 현재 서울 숭인초등학교 교감선생님. 한국시인협회, 우이동 시낭송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