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필균 시인 / 장미
이제 그만 돌아서 달라는 말 들은 채 않고 소리 없는 소문 줄줄이 뿌려놓는 진한 향기 타고 넘을 수 없는 높은 담장까지 끝없이 붉은 꽃 피워 올리며 햇살 한 줌씩 토해내더니 가시로 찔러서라도 함께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외면하면 할수록 다가오는 너는 채워지지 않아 늘 허전한 외로움으로 시절 다한 꽃잎도 떨구지 못한 채 유월 젖은 바람 따라 서성거리고 있다
목필균 시인 / 2월
바람이 분다 나직하게 들리는 휘파람 소리 굳어진 관절을 일으킨다
얼음새꽃 매화 산수유 눈 비비는 소리
톡톡 혈관을 뚫는 뿌리의 안간힘이 내게로 온다
실핏줄로 옮겨온 봄기운으로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햇살이 분주하다
목필균 시인 / 4월이 떠나고 나면
꽃들아, 4월의 아름다운 꽃들아. 지거라, 한 잎 남김없이 다 지거라, 가슴에 만발했던 시름들 너와 함께 다 떠나버리게
지다보면 다시 피어날 날이 가까이 오고 피다보면 질 날이 더 가까워지는 것 새순 돋아 무성해질 푸르름 네가 간다 한들 설움뿐이겠느냐
4월이 그렇게 떠나고 나면 눈부신 5월이 아카시아 향기로 다가오고
바람에 스러진 네 모습 이른 아침, 맑은 이슬로 피어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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