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 / 들국화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저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김용택 시인 / 유월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무옆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김용택 시인 / 당신을 기다리는 하루
하루 종일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내 눈과 내 귀는 오직 당신이 오실 그 길로 열어졌습니다
김용택 시인 / 비 오는 날
하루 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 종일 나무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산이 서 있고 하루 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
김용택 시인 / 촌아, 울지마
내가 그 비둘기를 만난 것은 지난 겨울.
그 비둘기는 혼자있었다. 아무래도 외톨이인가 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비둘기를 볼 수가 없다.
이제는 내가 외톨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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