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핀 시인 / 샤스 스플린*
손가락 끝에서 실을 뽑는다 붉어서 가느다랗고 끈적한 너를 애무하듯 감는다
너는 둥글어지고 나는 가벼워진다
도마뱀 꼬리가 되기로 했던 구멍 난 마음처럼 잘라도 또 자라나는 잡초 같다
너는 맹독성이다
순전한 얼굴로,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얹고 무희의 몸짓으로 다가온다 닿을 듯 말 듯
먼 곳에 있는 구름이 얼음기둥이 된다
말을 나르던 생기가 혀끝에서 돋아나고 불가해한 끈이 되어 길게 꼬아진다
부서졌다 다시 살아나는 포말 같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나를 휘감고 있는 매듭이 하나, 둘 풀어질 때 마침내 알았다 너로 인하여 완전해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처음부터 흰색이 아니었다는 것 뒤엉켜 서로를 먹기에 딱 좋은 날이다.
*보들레르가 마신 후 감동하여 지은 이름으로 우울함을 떨쳐버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와인
웹진 『시인광장』 2021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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