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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세핀 시인 / 샤스 스플린*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25.

조세핀 시인 / 샤스 스플린*

 

 

손가락 끝에서 실을 뽑는다 붉어서 가느다랗고

끈적한 너를 애무하듯 감는다

 

너는 둥글어지고 나는 가벼워진다

 

도마뱀 꼬리가 되기로 했던 구멍 난 마음처럼

잘라도 또 자라나는 잡초 같다

 

너는 맹독성이다

 

순전한 얼굴로,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얹고

무희의 몸짓으로 다가온다 닿을 듯 말 듯

 

먼 곳에 있는 구름이 얼음기둥이 된다

 

말을 나르던 생기가 혀끝에서 돋아나고

불가해한 끈이 되어 길게 꼬아진다

 

부서졌다 다시 살아나는 포말 같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나를 휘감고 있는 매듭이 하나, 둘 풀어질 때

마침내 알았다 너로 인하여 완전해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처음부터 흰색이 아니었다는 것

뒤엉켜 서로를 먹기에 딱 좋은 날이다.

 

*보들레르가 마신 후 감동하여 지은 이름으로 우울함을 떨쳐버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와인

 

 

웹진 『시인광장』 2021년 7월호 발표

 


 

조세핀 시인

2016년 계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 『고양이를 꺼내 줘』가 있음. 현재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