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빈 시인 / 원은 시작과 끝이다
한 동그라미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테지요 종일 생각에 지치면 무기력해져 의기소침하고 그래도 행복해 하는 점을 찍어도 데구루루 굴러 봐도 시작이고 끝인 것을 태어난 시간이 달라도 함께 함으로 기쁨이 더해요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더 편하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테지요 뜬구름 잡는 흐린 날엔 구름이 비를 감추고 있다고 설명하며 수없이 하나가 되는 둘레를 돌아도 지름길로 뛰어 봐도 시작이고 끝인 것을 마른날도 축축한 날도 건망증만 더해요
같은 동그라미 안에서 너와 나로 살아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테지요 반세기를 업고 무겁지 않다 하고 보폭이 짧아 오래 기다리면서도 가슴 내어주는 적도에서 만나고 지구중심에서 헤어져도 시작이고 끝인 것을 주검으로 가는 시간이 달라 두려움만 더해요
김해빈 시인 / 누워 있는 시인
그는 아내와 손을 잡거나 바이올린을 켜며 굴곡진 마을 지붕 위를 둥둥 떠다녔지
떠돌이의 길은 바람에 떠밀려 뼈대가 드러나고 바람은 창백해져 샤갈의 마을 곳곳을 불태우고 있었지
푸른 얼굴 푸른 손 아버지의 아버지와 붉은 유대인들이 더욱 붉게 타오르기 도 했지 말과 양, 수탉도 수풀 밖에서 푸르게 타올랐지
샤갈의 유채색 길이 불타고 보랏빛 시가 타고
시를 불태워버린 시인은 낡은 의자 귀퉁이에 머리를 뉘이고 방랑의 허리를 땅바닥에 밀착시켰지
98세 마른 색채가 누웠고 그의 그림자에 묻혀 시도 누웠지 색채를 비워버린 시인의 머리 가벼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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