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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소영 시인 /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25.

송소영 시인 /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나의 ‘부롬든’*은 어디에 있을까

 

오늘도 눈을 껌뻑이며 하루를 산다

식물인간이 된 나는 그저 누워 있을 뿐이다

 

곧 둥지 위로 날아갈 새처럼

결박당한 채 그새 날기를 잊고 있다

다만 격하게 몸을 비틀며 반항하고 분노할 뿐

그러다 둥지 속에서 눈을 감는다

 

꿈이었을까 생시였을까

탁 트인 초원, 난 말 등 위에 올라타 있다

고삐를 채치며 한 몸처럼 자유롭게 치달린다

마을도 높은 산도, 그리고 좌절된 싯귀도 휙휙 스쳐갈 뿐

그 누구도 나를 얽어매지 못한다

 

어리석은 그대여

나의 ‘부롬든’ ⃰은 늘 내 곁에 있었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 켄 키지(Ken Kesey)가 발표한 소설 제목

⃰부롬든 :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에서 맥머피를 질식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

 

 


 

 

송소영 시인 / 청설모도 껌을 먹는다

 

 

저만치 길에 떨어진 아세로라향 껌 한 덩어리

웬 떡이냐 힘껏 달려가

누가 빼앗을까 덜컥 물었다

입 주변에 반쯤 붙어버린 그 놈은

아무리 뱉고 떼려고 해도

수염과 주둥이에 달라붙어 대롱거릴 뿐

향내도 어느 덧 머리 아프고

단물도 빠져

다른 먹이조차 제대로 찾아 먹을 수 없다

껌을 떼려고 그는 수염까지 뽑아가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결국 그 장애를 피하며 조금씩 먹는 법을 터득했다

그렇게 삭아 떨어질 날을 기다리며

고통스럽게 시간에 부대끼다

제 몸의 일부가 되었다

이제는

보잘 것 없고 밉상스러운

길에 떨어진 증오 한 조각을 바라보면

그만큼 치열했던 삶이 그리워

눈물이 난다

 

 


 

송소영 시인

1955년 대전에서 출생. 2009년 《문학·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사랑의 존재』가 있음. 수원문학 젊은작가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 현재 수원문학 편집장으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