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이영춘 시인 / 성城밖에서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26.

이영춘 시인 / 성城밖에서

 

 

성 밖에서 비를 맞고 서 있는 풀잎 같은 사람들,

누가 부르는 이도 없고 가라는 사람도 없다

기웃기웃 ‘카프카의 k처럼 성문 밖에서 기웃거린다

 

저 안에는 무수한 이름들과, 이름표를 단 사람들이 군주를 향해 몰려 있다 아니, 군주가 자신의 위력을 위해 명성을 위해 불러들인 이름들이다 먼발치에서 불빛 바라보듯 성城안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풀잎들이 빗물처럼 흔들린다

 

아득한 저 하늘 끝 뭉게구름 한 점 둥둥 떠 흘러가듯

아무도 알 수 없는 비밀의 궁정 같은 성,

그 성 밖에서

풀잎들은 제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다 지쳐

다시 풀잎으로 눕는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8월호 발표

 

 


 

이영춘 시인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시포스의 돌』,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 『슬픈 도시락』』,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신들의 발자국을 따라』와 시선집『들풀』『오줌발,별꽃무늬』 등이 있음.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인산문학상. 강원도문화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 특별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