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태숙 시인 / 토마토 영토
자꾸만 날아가는 당신을 지구는 얼마나 애를 쓰고 붙잡고 있는지 당신을 잡으려면 얼마나 힘이 드나 알고 싶은 거야 꿈은 무게가 없으니까 꽃이 되었다 돌이 되었다 아프게 사라지는 원근 같은 거리 그게 다인 당신을 얼마큼 애를 써야 흐르는 당신을 내게 멈출까 한 겹씩 펴지는 손발과 차가운 정신 같은 바위 내 숨결은 뜨거워 후, 불면 또 기화하는 당신을 붙잡을 수 있을까 물방울처럼 터져 나오는 심장을 어쩌면 출렁이겠지만 붉은 보자기로 잘 싸서 나는 뜨거움을 삼킨 토마토 터뜨리지 않고 부둥켜안고 물의 침대로 간다 지구가 우리를 한 알의 영토로 인정할 때까지
시집『그대는 한 사람의 인류』2019. 시인동네
함태숙 시인 / 벌레 먹은 당신
내가 집어 든 과육의 안쪽에는 벌레들이 구물거린다 생장을 공유하는 저 단단한 결합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겠어서 눈을 질끈 감고 함께 베어 물었다
벌레의 내부는 달다, 당신처럼 당신의 내부는 쓰다, 벌레처럼
함태숙 시집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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