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 꽃 지는 날엔
꽃 피는 날엔 누구와도 다투지 않기로 한다
꽃 지는 날엔 어떤 일도 후회하지 않기로 한다
연두색 잎들 초록색으로 바뀔 땐 낡은 구두로 바다 위 돛단 배와 물고기를 만든다
어디선가 기차 지나가는 소리 들리면 누군가의 잘못을 용서하고
저녁 종소리 들릴 듯 말 듯 기억이 자꾸 고개를 돌리면 내 잘못을 용서한다
혀로 망친 날은 용서하지 않는다 일주일이나 보름동안 별빛 보며 세시간 이상씩 걸어도 부족하다
아무 것도 믿지 않아서 출구가 없었던 날들
이십대가 다 가도록 아름답지 못했고 아름답기도 전에 이십대가 다 갔으니
서른과 마흔을 보낼수록 점점 더 산뜻해져야한다
그런 봄날의 믿음 차츰과 주춤의 간격들
가방 무거운 날엔 입술도 무거워야 한다 종일 아무와도 말하지 않는다
눈물을 잊으면 부족한 게 점점 많아져 얼굴이 곤두서네
비 오는 날에도 비 오지 않는 날에도 아무와도 다투지 않기로 하지만
꽃 피는 날에도 꽃 지는 날에도 후회가 많아서 운다
세상 살면서 가장 쓸모있는 건 뉘우침 뿐이라고
꽃 피는 날에도 꽃 지는 날에도
월간 『현대문학』 2021년 7월호 발표
김경미 시인 / 나의 제 1 외국어
가을비다
대화가 가능할 때까지
반복 학습중이다
계간 『시에』 2021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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