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 시인 / 바다 수선소
태풍의 바짓가랑이가 터졌다 페트병, 스트로폼, 시곗바늘, 목재, 땡볕
쏟아놓은 내장은 악취가 재질(材質)이다
텅 빈 항구 포말로 굳어진 빨간 등대의 P 턴 지점
파도의 재봉선 위에 우산으로 띄운 배 한 척
뼈째 남은 생선 조형물에 갈매기의 질감을 덧대어본다
모래톱 위 선착순으로 리폼 되는 밀물
구두 한 짝, 소라게의 고시원은 아늑하다
부식과 산화의 무성음,
갯벌을 배회하는 빈 소주병 썰물의 지느러미를 다림질하고 있다
짜깁기한 수심에 돛을 올린 노을
별들이 빛나던 자국이 상영된다 페퍼민트를 입에 문 밤바다,
또 하루가 갱신된다
강서연 시인 / 드로잉
지도의 경계에 꽃을 심는다 유인된 향기의 가시거리
우발적 동선 나비 등에 적재된 풍경은 활선이다
빗금과 잔금으로 귀추가 주목되는 대기층 가로수는 가로를 은닉한다
미각을 거부한 초록
유능한 바이러스는 지표면을 세공하는 공정으로 진화한다
태양은 겨냥하는 자들의 과녁 꽃들은 겸손을 알지 못 한다
최소한 이격 거리를 갖춘 신약(新藥)의 괄호는 열려있다
흩날리는 미세먼지는 필력을 필사한다
이 계절의 퍼포먼스 마스크조차 붉은 꽃이다
판화로 모방을 퇴고하는 그늘의 농도에 물을 탄다 바람의 채찍에 폭우가 내달린다
강서연 시인 / 사과 두 개의 풍경
사과나무 그늘이 헐리는 계절 이마 벌겋게 달아오른 사과 하나 아삭, 옷을 벗긴다 빨간 실크 옷 한 벌 자르르 흘러내린다 저, 걸친 것 없는 맨몸 품이 넉넉해진 살갗으로 오후 4시가 파고든다
낙과를 더듬는 커다란 손목 과수원 울타리 너머 먼 바다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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