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명수 시인 / 낙타 별자리
옹이, 혹은 의혹은 가려울 때마다 너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그곳에 너를 묻었다
제 무덤을 등에 지고 가는 낙타처럼 반짝이는 여정 고행의 끝이란 한 생을 지고 갈 밥그릇
초암사 약수터 낙타가 샘가에 앉았다 멜랑꼴리한 등허리 환생의 껍데기에 치렁치렁 낙숫물 넘치는 소리 생글생글 이 빠진 소리
등이 시려 손가락으로 우주의 행렬을 짚어 가다 보면 너는 어느 별에서 한 번이라도 나와 마주칠 수 있을까
가려울 때마다 긁적이는 나의 아름다운 병
심명수 시인 / 그믐달
뚜껑은 열리고 밤은 아직 발효 중이다
밤의 항아리 속이 구리다고 속단하지 말자 지문을 찍어본 사람이면 알리라 판이하게 드러나는 음과 양 나는 그 음과 양의 어두운 항아리 속에 가라앉아 있다 한 여자가 침몰된 나를 한 바가지 떠간다
먹먹하다 날숨에서 피어나는 별들 별은 항아리 속 숨구멍 나는 무엇인가에 자꾸 익숙해지는 걸까
다시 한 여자 얼굴이 떴다 여자는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오곤 한다 지상에서 아직도 여자는 그 구간을 흐른다 여자여, 그만 뚜껑을 닫아주오
아, 나는 항아리 속에서 발효 중이다 피안을 위한 침잠 밤은 이제 뚜껑을 닫고 밤 물결 따라 침대가 노를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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