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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복효근 시인 / 어머니 생각 외 5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7.

복효근 시인 / 어머니 생각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게 돼있어

안경다리 하나 부러뜨리고 어머니 생각났다

 

끝내 틀니 안 하고 버티시던

 

 


 

 

복효근 시인 / TOP

 

 

석가탑 다보탑만이 탑일까

산길에 포개놓은 돌멩이 몇 개

곧 무너질, 아무것도 아닌 조그만 돌탑을 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그래, 아무것도 아닌 당신과 나를 무어라 부를까

 

당신과 내가 언제고 탑이 될 수 있는 이유

 

 


 

 

복효근 시인 / 청개구리

 

 

처음엔 나는 풀잎이었어

그런데 노래하고 싶어졌지

폴짝폴짝 뒤어댕기고 싶어졌어

청개구리가 되었지

걱정하진 마

언젠가는 다시 풀잎으로 돌아갈 거야

 

 


 

 

복효근 시인 / 어머니2

 

 

나는 이기 더 좋아

아무꺼도 않음서나 안방에 들앉아 먹고 노는 거보다도

 

전주식당 두부찌개 하나면 부러운 거 없는기라

하모, 이기 건강에도 좋고

 

그나저나 김천댁 니 허리를 좀 어떻노

 

 


 

 

복효근 시인 / 갈매기의 꿈

 

 

잠시만 날갯짓 멈추어도 천길 추락인데

멀리서 보면 여기도 아름답겠지

먹고 살기 위해서 날 뿐이라고 말하지 말라

당신이 먹고 살기 위해서만 걷는 게 아닌 것처럼

 

날지 않아도 살 수 았는 삶은 꿈꾸지 않는다

 

 


 

 

복효근 시인 / 빨래집게

 

 

쉬는 동안에도 매달려 있어야 하는 운명

 

입 꽉 다물고 있어

어금니 힘이 풀리는 순간 그나마 이 운명도 끝이야

 

 


 

복효근(卜孝根) 시인

1962년 전북 남원에서 출생. 전북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졸업. 1991년 계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등이 있음.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 2015. 제2회 신석정문학상. 대강중학교교사.